[아론과 훌] 폐쇄 위기에 놓인 개성공단

등록날짜 [ 2013-08-07 10:03:06 ]

일방적 가동 중단 조치는 일종의 자충수 격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재가동 힘들 것

남한의 제7차 개성공단 남북 간 실무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정부가 답변 시한을 두지 않았지만 북한의 대답을 무한정 기다릴 수 없고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북한의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은 폐쇄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7차 실무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합의를 내기 어려워 개성공단은 폐쇄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로써 북한이 2002년 11월 개성공업지구를 지정한 이후 10여 년간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생산품을 만들어 내던 개성공단은 완전 폐쇄 위기에 몰려 있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북한의 반복되는 통행 차단과 폐쇄 협박 등 존폐 위기를 견뎌 내며 공단 가동을 유지해 왔다. 대북 전단 살포,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정치 군사적인 이유를 들어 북한은 육로 통행을 차단하고 남측 체류인원을 철수시키거나 축소했다. 또 2009년 5월에는 개성공단과 관련된 토지 임대료와 토지 사용료, 임금 등 기존 계약을 무효화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개성공단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더니 올 들어서는 남측의 언론보도와 발언이 북한의 최고 존엄을 훼손한다며 4월 3일 다시 통행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어 4월 8일에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공단을 방문한 직후 개성공단의 잠정중단과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를 발표하면서 개성공단은 가동 10년 만에 완전히 멈추게 되었다. 그동안 통행 제한과 공단 중단 이유의 근거는 북한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내외부 정세 판단이었다.

4월 8일 내린 북한의 공단 중단 조치는 북한에 자충수가 되었다. 북한이 그동안 6차례 실무회담에서 남한의 요구에는 귀를 닫은 채 줄곧 자신들이 문을 닫은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만을 요구했다. ‘최고 존엄의 훼손’을 이유로 공단 문을 닫았지만 완전 폐쇄로 이어지는 것은 남한보다 불리하면 불리했지 절대 유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공단 재가동은 오히려 북한에 시급한 과제다.

남한으로서도 피해가 크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주장대로 당장 공단을 재가동할 수는 없다. 북한의 요구대로 공단을 재가동했다가 북한이 다시 근로자를 일방적으로 철수시키거나 통행을 제한하고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재발할 경우 남한 정부는 북한에 끌려 다니며 무책임하게 공단을 재가동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에 문제라도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전개될 수도 있어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은 필수적이다. 당장 이달에는 공단 통행제한 조치의 단골 이유였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된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든 재발방지대책은 당연하고 꼭 필요한 것이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남측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점을 두려워하는 듯하다. 반대로 이는 개성공단에 대한 대남 주도권을 자신들이 행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성공단의 국제공단화도 당초 합의와는 달리 북한은 꺼리고 있다. 외국기업들이 많이 들어오면 공단에 대한 통제권을 예전처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동 10년 만에 개성공단은 폐쇄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김정일이 직접 서명해 시작한 사업인 데다 막대한 외화 창구인 개성공단은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가고 있다. 개성공단의 운명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 남북 화해와 경협의 상징으로서 개성공단을 확대 발전시키려는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북한의 핵심 지도부가 개성공단의 안정적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전향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네트워크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4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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