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11-19 10:24:52 ]
유대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유대인은 이집트 노예로 살다 출애굽한 후 광야 생활을 했고, BC 4세기경 로마에 점령당한 후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2000년간 유랑 생활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대학살로 입은 유대인의 희생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건이었다.
그러한 이스라엘 민족이었지만, 시오니즘(하나님에게서 약속받은 성지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조국을 건설하려는 유대민족운동)의 영향으로 1948년 5월 팔레스타인 지역에 나라를 건국한 저력의 민족이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화약고인 중동의 적대국들에 둘러싸여 안전이 위협받지만, 군사.경제적으로 강국이 돼 어느 주변 국가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섰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 현재 인구가 약 800만 명,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도보다도 작지만 국제사회에서 지니는 위상은 높다.
선민(選民)의식을 지닌 유대민족으로서 자존감과 강한 공동체 의식, 우수한 인적 자원, 막강한 자본력과 같은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국제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세계 일류 초강대국이자 가장 가까운 우방국인 미국에서 지니는 영향력은 실로 크다.
주목할 점은 미국에 대한 이런 영향력의 배경에는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라는 세계 최대의 유대인 로비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 내에 2퍼센트밖에 안 되는 유대인 단체인데도 미국 외교정책의 풍향계가 돼 유대인의 권익을 높이고 조국 이스라엘에 힘을 보태는 한 축이다.
AIPAC은 1947년 설립한 이래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관계를 견고히 지탱해 주고 있다. 매년 3월 초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총회를 열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경제 원조, 이스라엘의 정치적 수도 예루살렘 수호, 이란 핵 반대, 테러 방지와 같이 자국의 실리를 최우선으로 다룬다.
회의가 한번 개최되면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대거 출동한다. AIPAC 입김에 미국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번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에 불리한 발언을 해 이스라엘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한 발언의 파장이 워낙 커져 이대로 뒀다간 대책이 없을 것 같아 부랴부랴 AIPAC 회의에 참석해서 말실수를 사과하고, 양국 관계는 철통같다고 천명했을 정도다.
미국은 매년 3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한다. 물론 중동에서 석유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경제 안정을 유지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풍부한 재정적 여건을 바탕으로 미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AIPAC과 같은 강력한 유대인 단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AIPAC의 영향력으로 ‘이스라엘 문제는 미국 문제’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유대인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식, 민족적 정체성과 결속력, 조국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의식이 탄탄한 유대 경제력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지렛대 삼아 강력한 국가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유대인의 영향력과 이스라엘의 위상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비슷한 면이 많다.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한 1948년 5월에 우리나라는 제헌국회를 통해 자주 국가를 표방했다. 또 전쟁을 치르고 주변 적대 세력과 늘 군사적 긴장 상태를 맞고 있는데도 부지런하고 당찬 기질을 지니고 단기간 고도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은 이스라엘만큼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여 국제정책이 수립되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나 중국과 일본의 군비 증강에 따른 복잡한 정세 변화에 대응한 동북아 국제정책 형성에는 한국의 안보 그 자체가 핵심으로 고려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제는 평범한 소국의 한계를 넘어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높일 국가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눈부신 경제발전이라는 외적 환경을 기반으로 명실상부 부강한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정치적·국가적 결속을 도모하고 세계 속에서 한국인의 역량을 결집한다면 우리나라도 국가 안보를 굳건히 함은 물론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중량감 있는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문심명
제28남전도회
미 오리곤대 교육정책리더십학
국회사무처 법제관
위 글은 교회신문 <36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