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2-11 13:22:17 ]
중국 외교 균형추가 북·중 관계에서 한·중 관계로 쏠려
섣불리 북한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변화의 조짐은 있어
중국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2014 아태지역보고서’에서 “향후 한반도 통일을 포함한 평화와 안정 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오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인이 파이낸셜 타임스에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제목으로 기고문을 게재한 일과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을 혈맹 혹은 순망치한 관계로 지칭하며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기던 중국에서 북한 포기론까지 서슴없이 나오는 사태는 중국의 대북인식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북.중 관계가 본격적으로 이상기류에 휩싸였다고 분석했다. 3차 핵실험 당일 이후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 북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양제츠 외교부장은 주중 북한 대사를 불러 불쾌감과 함께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어 중국은 3월 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고 중국은행 내 북한 계좌를 폐쇄하며 이례적인 대북제재를 강력히 실행했다.
그래도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중국 지도자들은 연이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했다.
4월 시진핑 주석은 ‘보아오(博鰲) 아시아 포럼’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세계에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며칠 후 리커창 총리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벌인 회견에서 “한반도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일은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다”고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했다.
중국 지도자들이 전례 없는 대북 경고를 연이어 표출하자 북한 김정은은 5월 최룡해 특사를 파견했지만 “6자 회담과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북.중 관계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들어야 했다.
중국이 전한 경고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은 북한 접경 지역에 인민해방군 전력을 강화하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고강도 군사훈련을 시행했다. 중국 동북 지역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선양군구 산하 16집단군이 지난달 백두산 등지에서 실탄을 사용해 혹한기 훈련을 시행했고 39집단군도 강도 높은 동계훈련에 돌입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접경지역에 거주하던 친중국파 3천 명을 산간으로 추방했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또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한이 접경지역 야간 순찰을 대폭 강화했다고 전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남북한 비무장지대보다는 못하지만 어느 때보다 갈등과 긴장이 팽팽하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장성택 처형으로 요원해졌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이에 반해 한국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중국을 방문해 우의를 과시했다. 중국 외교의 균형추가 북.중 관계에서 한.중 관계로 쏠리는 모습을 보이며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면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것인가? 아직 이 질문은 성급하다. 혈맹이자 전략적 자산에서 골치 아프고 위험한 이웃이라는 대북인식이 중국 지도자들과 인민 사이에 퍼졌지만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리라고 전망하기는 섣부르다. 중국에 한국이 북한보다 믿을 만하다고 보기 어렵고 한.미는 군사적으로 동맹국이며, 한.미.일과 북.중.러 간 안보환경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중 관계가 복원될지, 전략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보통 국가관계로 바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북.중 관계에 이는 변화의 조짐이 한반도 통일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북한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7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