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1-07 09:52:58 ]
일본 우경화, 북한 핵위협 등
동북아 정세 변화 기로에 놓여
2014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새해부터 주요 강대국의 경쟁과 갈등 속에 요동치고 있다. 동북아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과, ‘아시아 중시 전략’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미국과 손잡고 중국에 맞서려는 일본,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 장성택 처형으로 불안정성이 가중되는 북한 등 위험요소를 안은 채 격동의 한 해를 예고하고 있다. 한.중.일과 미국이 힘을 겨루는 가운데 북한 문제는 뇌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향한 아베의 우경화 폭주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베의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본격 추진, ‘무기수출 3원칙’ 수정, 그리고 군사력 증강을 위해서는 이웃 국가와의 관계쯤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당장 앞으로 일정은 낙관적 전망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고 있다. 다음 달 ‘다케시마의 날’ 행사, 3월 일본 역사 교과서 검증결과 발표, 4월 일본 외교 청서 발표, 7월 일본 방위백서 발표 등 줄줄이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열려다 일본의 계속된 우경화에 중국이 반대해 무산한 한.중.일 정상회담은 올해도 기대하기 어렵다. 일정 조정 중이던 한일간 첫 차관급 전략대화와 안보정책협의회도 아베의 야스쿠니 기습 참배로 모두 무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 총리가 임기 내내 이런 식의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베 임기 내 관계 회복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점점 더 패권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중국은 자신의 핵심 이익을 확대해 가며 일본과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계속 시도하는 가운데 중.일간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나 서해에서까지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 동북아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급속히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은 지난달 26일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로 장애에 부딪혔다. 지난해 10월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아베가 야스쿠니를 참배하면 일본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역시 지난해 10월 초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야스쿠니 신사에서 1km 떨어진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헌화했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지난달 초 일본 방문 때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나서줄 것을 독려했다.
이 모두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를 막기 위한 미국의 경고와 만류였다. 하지만 아베는 이를 모두 무시했다. 일본의 재무장을 지지하던 미국은 당혹해하며 연이어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냈고 미.일 관계는 삐걱거리게 었다. 하지만 미.일 관계는 미국이 일본에 실망감을 표하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전략적 이익에 따라 움직일 것이 뻔하다. 아베 신사참배 직후 일본이 후텐마 기지 반환 문제를 결정하고 미국이 이를 환영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아베의 우경화 폭주로 균열이 생긴 한.미.일 3각 동맹은 북한 문제 해결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은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는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언제라도 감행할 태세다. 북한이 틈을 노리고 도발을 감행할 경우 원활한 대처가 어려울 수도 있다. 김정은이 비록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말했지만 아직 의미 있게 받아들일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올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북한이 어느 해보다 복잡하게 얽혀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확대해 나가며 위기와 기회가 소용돌이치는 해가 될 것이다. 우발적 충돌 가능성과 갈등, 그러면서도 협력이 공존하는 가운데 동북아 정세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향한 변화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국제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6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