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사회 갈등 해결할 창조 정치 기대하며

등록날짜 [ 2014-01-14 09:27:29 ]

문명화 사회와 제한된 환경에서 갈등이란 당연한 현상
분열을 봉합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할 새 정치 필요해

갈등과 분열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있다면 십중팔구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갈등이 발생하면 감정이 격해지고 심리적 균형이 깨지며 스트레스를 받고 그 증상이 심하면 병이 생기기 때문이다.

갈등은 필연적으로 싸움을 동반하므로 일단 갈등이 생기면 이기거나 지거나 서로 상처를 받는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든지 감정적 후유증이 남는다. 특히 오늘날처럼 사회가 복잡해지고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될수록 갈등의 양상은 다양해지고 폭력성도 점점 커진다. 그래서 정신분석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문명화된 사회는 필연적으로 신경증을 유발하며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다”고 말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유독 우리 사회에 갈등과 폭력적 충돌이 많았으며 무엇보다 이념 간 대립이 심했다. 사회적 문제가 생기면 타협하고 조정하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 이쪽저쪽으로 편을 갈라 다투고 상대를 무조건 부정하고 제압하려는 진영논리가 횡횡하였다.

사회 민주화 투쟁의 여파로 사회가 온통 들끓던 1980~90년대에도 갈등이 발생했지만 지금처럼 적대적인 이념으로 대립하며 분열하지는 않았다. 민주화를 둘러싼 격동의 시대에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고 항거하는 집단과 공권력으로 이를 억압하는 권력이 충돌했다면, 최근에는 사회 전체가 과잉 이념 논쟁으로 증오의 골만 깊어지는 느낌이다.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 논쟁, 정치 상황에 대한 시국선언, 파업과 촛불집회, 또 이에 대해 맞불집회를 벌이는 등 사회가 온통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다.

혹자는 이러한 갈등을 현상적으로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좌우 이념을 신봉하는 집단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것은 정확한 진단이 아니며 건설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는 단지 이념 때문이 아니라 국내외적 환경 변화와 심화된 사회 모순, 사회 대립을 해결하지 못하는 관리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 이후 불황과 침체가 이어지고 독점화로 말미암아 경제적 불안정성이 심해지면서 경제가 성장할 동력이 떨어졌다. 경제 환경이 안 좋아질 뿐 아니라 자꾸 고갈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차지하려는 분쟁이 전 지구적으로 펴졌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이 시대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할 능력을 갖추는 방법이 중요하다. 사람이 건강하고 활동이 활발할 때는 안 좋은 환경이나 질병 인자에 신체를 노출해도 병에 잘 걸리지 않지만 신체 균형이 깨지면 쉽게 병에 걸리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오늘날 사회 갈등이 어느 정도는 일반화된 현상이므로 그것을 무조건 안 좋게 볼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하고 해결하며 사회의 면역력과 건강성을 키워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조정하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정치권을 보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기득권을 고수하기에 급급했으며,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고 이에 편승해 당파적 이익만 추구한 경향이 강하다. 국가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기 보다는 반대를 반대가 난무하며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을 뿐이다.

성경은 “노하는 자는 다툼을 일으키고 분하여 하는 자는 범죄함이 많으니라”(잠29:22)라고 말한다. 2014년에는 사회 갈등을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조 정치의 복원을 기대해 본다.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6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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