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3-17 14:34:00 ]
한반도 위기상황에 걸맞는 첩보기관으로 거듭나
나라를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역할 하길
최근 명성이 많이 쇠퇴했지만 왕년에 최고 실력을 자랑하던 정보기관은 이스라엘의 ‘모사드’다. 모사드는 원래 세계 각지에 흩어진 유대인을 팔레스타인 땅으로 데려오기 위해 설립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주변국을 감시하고 각종 대테러 작전에 성공하면서 용맹함을 떨친다.
특히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을 무려 15년이나 추적한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체포하여 이스라엘로 압송해 재판을 받게 한 일은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또 1972년 9월 뮌헨 올림픽 테러사건에 관여한 아랍 게릴라 13명을 7년 동안 추적해 암살하면서 테러 집단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정보기관 하면 첫손을 꼽는 CIA나 KGB도 감히 하지 못한 궂은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한번 목표로 삼은 표적은 절대 놓치지 않아 모사드는 최고 정보기관으로 군림하였다. 이스라엘처럼 주변이 온통 적대적인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생존이 끊임없이 위협을 받는 작은 나라에서 정보기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주변 나라를 감시하고, 중요 군사정보를 수집하며 때로 은밀한 군사작전도 수행하려고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정보기관에 많은 투자를 하였으며 정보를 무기로 전쟁에서 곧잘 승리하곤 했다.
따지고 보면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을 정벌할 때도 열두 정탐군을 파견할 만큼 정보전에서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가나안 땅에 관한 정보를 낱낱이 수집하고 현지 협조자 라합을 포섭해 그녀의 도움으로 정복전쟁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정보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서 주요 국가들은 정보기관에 많은 투자를 하며 치열한 스파이전쟁에 매진하고 있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도 그 어느 곳보다도 정보기관의 역할이 크고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간 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역대 어느 정권도 정보기관을 홀대하거나 축소하지 않았고 국가 안전보장의 최전방 보루로 활용하여 남다른 권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정보기관이 너무 비대해지고 하는 역할이 커지자 많은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수사에서 공문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군사정권 시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필자와 같은 세대에게 정보기관은 늘 부정적이고 음습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1980년대 정권수호를 위해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이들을 고문, 수사하고 온갖 공안사건에 앞장서며, 독재정권의 첨병 노릇을 한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기관이 적지 않은 인권유린이나 공안사건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키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위기상황 덕분이다. 어떻게 보면 남북분단의 적대적 대치상황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탐욕스러운 강대국의 위협 때문에 생존의 위기를 느끼는 우리 국민이 이들에게 국가안보의 전권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보기관은 그간 이스라엘의 모사드처럼 국익을 위해 음지에서 싸우면서 국민을 지켜주기보다 정권유지의 방패가 되면서 신뢰를 잃어버렸다. 이번에 발생한 공문서 위조사건이나 기강해이는 이러한 비정상적 일탈이 가져온 결과다.
지금 현 상황에서 정보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북감시나 해외정보수집에 있다. 여기에 큰 구멍을 내는 정보기관을 국민들은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모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잠11:14)는 말씀처럼 정보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 이제라도 제 자리를 찾아 국민의 신뢰를 받는 멋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7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