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등록날짜 [ 2014-04-08 14:05:26 ]

강력한 시너지 효과 낼 것이나
기계적 통일은 결국 무의미해
서로의 마음을 얻는 과정 필요

한반도 통일이 이른바 ‘대박’ 날 수 있을까? 남한의 명목GNI(국민총소득)는 1279조 원이 넘지만 북한은 불과 33조 원 정도로 무려 38배 차이가 난다. 1인당 국민소득도 18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통일이 ‘대박’일 수 있을까? 선진국과 최빈국 정도로 차이를 보이는 남북한이 통일하면 남한만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걱정이 쏟아진다.

통일 대박의 근거는 독일 통일에서 찾아봐야 할 듯하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10년 동안, 급속한 흡수통일로 말미암은 준비 부족으로 통일비용 과다지출, 사회적 혼란, 동서독 주민 간 정서적·심리적 분열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후 10여 년 만에 독일은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고 유럽 최강, 세계 4위인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다. 독일은 통일비용으로 2조 유로, 우리 돈으로 3500조 원 이상 쏟아부었지만 독일 통일은 그 이상의 편익을 내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 남북한은 어떨까?

현대경제연구원은 통일한국의 경제규모가 2050년이면 세계 8위에 오르고 1인당 국민소득도 일본을 추월해 8만 6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통일한국의 연간 GDP가 6조 달러로 2050년에는 세계 8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통일연구원은 오는 2030년 통일이 될 경우 20년간 지출될 통일비용은 3440조 원인 반면, 편익은 640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70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북한의 지하자원, 국제사회의 투자 등이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전망이 대단히 고무적이긴 하지만, 통일을 경제적인, 혹은 정치·군사적 편익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위험하다. 더구나 통일이 검증할 수 없는 미래 일이라는 점에서, 또 통일비용과 편익의 추계가 연구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통일 논의는 이데올로기적 논쟁으로 비화하기 쉽기 때문에 소모적인 통일 논의는 자제해야 한다.

통일 논의는 통일비용이나 편익이 아닌 통일 준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준비 없는 통일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예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1990년 5월 북쪽 예멘 아랍공화국과 남쪽 예멘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은 1:1로 대등한 정치적 합의 통일을 이뤘지만 4년 만에 내전을 치르고 사실상 무력 재통일을 해야 했다.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없이, 남북 예멘 주민 간 이질감이나 갈등해소 노력 없이 기계적인 통합을 한 결과였다.

남북한 통일이 한민족 번영은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남북한 주민이 서로 마음을 얻는 만큼일 것이다. 서로 잡아죽이는 잔혹한 전쟁을 치르고 60여 년간 분단시대를 살아온 남북한 주민이 서로 마음을 얻는 과정은 독일이나 베트남, 예멘 어느 나라보다 어려울 수 있다. 통일만 되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옳다. 결국 ‘통일 대박’의 근거는 남북한 주민의 마음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북한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8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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