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삶과 죽음을 가르는 리더의 판단

등록날짜 [ 2014-05-20 10:58:24 ]

세월호 사건은 인재(人災)가 불러온 우리 역사상 미증유의 대참사로 기록될 것이다. 이 사건은 온갖 고질적인 문제가 총체적으로 작용한 것이지만, 일차 책임은 선박 운항의 현장 최고책임자인 선장에게 있다. 선장의 오판, 잘못된 대응과 무능이 세월호의 대형 인명 피해를 낳은 직접 원인이다.

배가 기울어져 침몰 가능성이 높은 위기 상황에서 선장은 현장 리더로서 승객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도록 최선의 대응을 강구하고 즉각 실행에 옮겨야 했다. 다시 말해, 퇴선 사전 조치로 승객을 갑판 위로 올라오게 하거나 선실 밖으로 나오도록 신속히 결정을 내리고 구명에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승객 구호는커녕 비정하게도 승객을 방치하고 승무원만 데리고 먼저 탈출했다. 세월호 선장에게서는 승객을 끝까지 지키고 책임져야 할 ‘굿 시맨십’(good seamanship, 훌륭한 선원정신)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선장은 배가 45도 기운 초동 단계에서 오판했을 것이다.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만의 착각이나, 침몰이 더딜 것이라고 생각해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는 승객들을 선실에 있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어처구니없는 안내방송이 이러한 오판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형 사고는 리더의 판단과 행태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인재로 말미암는 사고는 국내외에서 끊임 없이 반복됐다. 리더의 현명한 판단과 신속한 대응 여부에 따라 수많은 인명이 희생당하기도 하고 생을 이어가기도 한다.

2006년에 발생한 이집트 여객선 참사는 세월호 사건과 상당히 흡사하다. 선장과 선원이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대응하여 피해를 키운 사건이다. 운항 중 배에서 화재가 났는데도 선장과 승무원은 진화되고 있다고 승객을 안심시키면서 수 시간을 항해했다. 그 사이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없었다. 어이없게도, 선실에서 나가겠다고 하는 승객을 막고 문까지 걸어 잠궜다. 그러나 화재로 결국 배는 침몰하였고, 이로 인해 탑승객 약 1000명이 희생을 당하고 말았다. 생존자 중에는 선장도 있었는데, 그 역시 구명정에 제일 먼저 탄 것으로 드러났다.

그 반면, 극한 상황에서도 리더의 뛰어난 판단력은 다른 이들의 목숨을 살리기도 한다. 2009년 미국 허드슨 강에 불시착해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의 목숨을 구한 기장의 경우다. 당시 기장은 비행기가 새 떼에 부딪혀 양쪽 엔진이 모두 꺼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즉시 불시착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직면한다. 기장은 불시착 지점이 여의치 않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맨하탄을 우회한 후 허드슨 강에 과감히 불시착했다. 완만한 활강 각도로 수상 착륙에 성공해 사상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기장의 탁월한 조종 능력에 더해 현명한 판단과 과감한 결정이 나은 쾌거였다. 기장은 승객을 모두 기내에서 탈출시키고 혹시라도 빠진 승객이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는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빠져 나왔다.

이는 재난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리더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정신과 기술, 최선의 대응 방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더는 자기 소관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지혜와 슬기를 발휘해 즉각적이고 최상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실제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비상상황 별로 체계화한 순서에 따라 실제 상황과 유사한 현장훈련을 수시로 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리더와 구성원들에게 상황판단 능력을 키워주고 엄격한 직업윤리를 갖추도록 리더십 교육 또한 행해져야 한다.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법을 엄중히 집행하는 한편, 위기상황에 대처하도록 철저히 교육훈련하고 리더십을 배양해 실제 재난 발생 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 장치를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심명
국회사무처 재직
제2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38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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