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8-04 23:31:21 ]
통신기술 발달로 거짓 소문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시시비비 제대로 가려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그간 그림자조차 없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채 검찰과 경찰의 총력수사를 농락하던 구원파 전 교주 유병언이 백골 상태로 발견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심해 온갖 추측이 난무한데다 순천에서 발견된 사체가 유병언이 아니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다. 이에 국과수가 여러 증거를 직접 제시하며 해명했지만 60% 가까운 국민이 정부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유병언이 아직 살아 있다거나 그의 존재가 위협되는 세력에 의해 살해당한 후 버려졌고, 시체가 바꿔치기당했다는 둥 온갖 헛소문이 난무한다. 심지어 필자가 아는 대학교수 중에도 이런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 나름대로 사리 분별을 하고 지성인이라는 사람들도 언론 보도나 정부 발표보다는 SNS 등에서 도는 소문을 더 신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국가기관이 어떤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면 의혹이 잦아들고 사건이 일단락되어야 마땅한데, 정부가 나서면 나설수록 소문만 더 무성해지니 정부와 국가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진 불신의 시대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국민이 유독 미개하거나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붕괴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간 큰 사건이 발생하면 그것을 철저하게 파헤치고 문제점을 규명하여 처벌할 것은 처벌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서 잔꾀를 부린 정부의 자업자득이 크다.
최근 신문을 보니 해경은 세월호 사고 당일 구조를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으면서 오히려 탈출안내 방송을 한 것처럼 근무일지까지 위조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수사기관인 경찰, 검찰뿐이랴.
전방 22사단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에 허둥지둥 대처하고 몇 차례 군기문란 사건을 은폐한 국방부, 각종 의혹에 대해 정론·직필의 보도보다는 ‘~카더라식’ 추측 보도와 왜곡을 일삼는 언론과 감찰 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의 학자들도 논문 표절이나 연구비 횡령을 일삼으니 이제 전문가의 말조차 믿지 못할 지경이 되고 있다.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 문제해결을 위해 사태를 냉정하게 보면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에 맞게 왜곡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전략적으로 온갖 중상모략과 거짓사실을 유포하는 사악한 마타도어(Matador,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하여 상대방을 모략하고 혼란하게 하는 정치적 비밀선전, 흑색선전)도 횡횡하고 있다.
유족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위원회에 수사권을 줄 것을 요구하면서 농성하자 이를 외면하고 유족연금, 단원고생 특별진학, 천문학적 보상금 등을 요구한다고 비난하며 유족들을 공격하는 일부 사람들 예가 그것이다.
선거 때마다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정적을 죽이려고 정치공작을 벌이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고, 국가 중대사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등 우리 사회가 흙탕물처럼 변해 혼탁해지고 있다.
주먹과 칼만 안 쓸 뿐이지 거짓으로 상대를 파멸시키고 영혼을 죽이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니 우리 사회가 만인이 만인을 속이는 기만사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조리와 파행을 보며 ‘이것은 어느 사회나 그렇다’고 자위해서는 안 되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 시대의 이 병적 징후들을 제대로 간파하여 그 배후에서 역사하는 거짓과 살인의 앞잡이 마귀의 궤계를 끝장내어야 한다. 모두가 당장 노력하지 않으면 불신의 영이 충만해져서 결국은 사회 정의가 완전히 실종될 수 있다.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9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