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김정은 건강상태가 미치는 영향

등록날짜 [ 2014-10-14 15:46:59 ]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37일째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최고인민회의에 나오지 않았고, 북한은 올해 당 창건 기념일에 빠지지 않고 해 오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을 ‘깜짝 방문’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중 북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김정은 건강 이상설은 더욱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은 북한 공식 매체에서도 유례없이 인정한 바 있다.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던 날 북한 조선중앙TV는 1시간짜리 김정은의 새로운 기록영화를 공개하면서 “불편하신 몸이시건만 인민을 위한 영도의 길을 불같이 이어 가시는 우리 원수님”이라면서 김정은의 몸이 불편함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나 가족의 신변에 대한 언급은 최고 금기사항인데 북한 주민 사이에서도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숨기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이 단순한 발목 부상이나 관절염 혹은 통풍이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문제는 가족력이다.

 

김일성은 1997년 7월 김영삼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김정일은 2011년 12월 17일 현지 지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해 숨졌다. 김경희도 유전적 요인에 의한 심장질환으로 위급한 상황이며 북한이 서방 의사 전문의들을 급히 입국시켜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알려진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이 평소 자신을 ‘난쟁이 똥자루’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고 전한 바 있다. 작은 키에 비만이 문제였다.

 

신장 170cm 안팎, 몸무게 100kg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은 고도비만에 당뇨와 고지혈증, 고요산증, 통풍 등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에 잦은 음주, 스위스 유학 시절 몸에 밴 포도주와 고지방 스위스 치즈 섭취 등으로 2012년 권좌에 오를 당시 80kg 후반이던 몸무게가 2년여 만에 100kg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 사망 당시 한국의 전문의들은 김정일이 고령에다 비만, 동맥경화증, 당뇨, 고혈압 등 심근경색의 주된 위험 인자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데다 과로와 추운 날씨 등이 겹치면서 심장병을 악화시킬 요소가 많았다고 소견을 밝힌 바 있다. 이 소견을 김정은에게 적용해 보면 해당하지 않는 항목은 고령뿐이다.

 

하지만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서른한두 살에 병으로 시달렸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같은 나이의 김일성, 김정일과 비교할 때 김정은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김정은이 현재 업무를 보는 데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통치행위도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김정은 건강이 불안 요인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

 

30대 초반 젊은이가 이런 상태라면 한국 같으면 당장 병원에 입원해서 금연, 금주하고 식이요법에 운동을 병행해 가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 서방 의사들을 불러들여 김정은을 집중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고 지도자에 대한 의사들의 권고가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더욱 고립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북한의 국제적 상황은 김정은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혈기 넘치고 충동적인 젊은 지도자가 악화하는 대중관계, 뚫리지 않는 대남관계에서 받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인천 아시안 게임에 다녀간 노령의 북한 실세 3인방이 겹쳐지면 상황이 미묘해진다.

 

김양건 노동당 비서나 최룡해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 중 한 명만 와도 충분했을 텐데 체육 행사와 전혀 관련 없는 인민군 총정치국장까지 갑자기 아시안 게임 폐막식을 깜짝 방문한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점점 예측이 어려워지는 북한의 행보 뒤에는 김정은의 건강상태도 하나의 주원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정치부 통일안보외교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0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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