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1-13 14:38:29 ]
남북은 2015년을 일단 대화 제의로 열었다. 남한은 지난 연말 통일준비위원회가 장관급 회담을 제안했고,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장군멍군 주고받았다. 이후 남한의 제의에는 답하지 않은 채 북한은 노동신문 등을 통해 연일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대북전단살포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무력 증강과 대남 위협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남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이 모를 리 없으므로 대화 공세의 속내는 이미 읽힌 셈이다.
이것도 얻고 저것도 가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요구를 없는 듯 지나칠 수 없다. 북한과 대화를 하되 의도에 말리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로 나아가는 단초를 마련해야 할 의무가 남한에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남북관계는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혼재하고 있다. 긍정적 전망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최고위급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가능성이 예상되는 남북정상회담이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정성장 박사는 2012년에서 2015년까지 북한 신년 공동사설과 신년사를 주요 키워드로 분석하고 2012년에는 ‘선군(先軍)’, 2013년과 2014년에는 ‘강성국가 혹은 강성대국’, 그리고 올해는 ‘북남’이라는 용어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올해 남북대화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남북정상회담 개최까지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성장 박사는 올해 남북이 모두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일정 부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측면이 있어 실용주의적인 태도로 접근한다면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기 3년 차를 맞아 남북대화 추진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박근혜 정부와 관계개선 없이는 국제적 고립을 탈피할 수 없는 북한의 현실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을 압도하는 듯하다. 앞서 말한 대로 북한이 내세운 대화의 전제조건을 수락하기 어려운 데다 북한이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 국방백서’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 핵 무기 소형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듯이 북한은 탄두 소형화와 다종화, 경량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사일 성능 개량에도 꾸준히 매달린 결과 대포동 2호는 미 LA까지 사정거리에 두게 됐다는 우리 군의 정보 판단이다. 더구나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은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인 미국의 ‘38노스’는 북한이 신포 기지에서 신형 잠수함에 수직 발사관을 장착하려고 잠수함에 큰 구멍을 뚫어 놓은 위성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대포동 2호에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ICBM 제조를 위해서는 4차 핵실험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현재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준비돼 있으며 김정은의 결단만 남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4차 핵실험은 3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중국과 관계를 더 돌이키기 힘들게 만들고 공들이고 있는 러시아와 관계를 흔들며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섣부르게 결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게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는 올해 4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를 ‘통일의 원년·통일대전의 해’로 선포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켜 놓아 언제든 도발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으로 남북 모두 역사적으로 뜻깊은 해다. 나라를 되찾았지만 남북으로 갈라진 지 70년이 지났다. ‘70’이라는 숫자의 상징성 또한 의미심장하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길에 중대한 전환을 불러오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1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