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소신과 고집 사이

등록날짜 [ 2015-02-10 02:07:02 ]

고집은 자신 것을 지키려 하고, 소신은 대의를 지킨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고 완고함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불륜’과 ‘로맨스’는 비슷한 행동을 가리키지만 뉘앙스가 전혀 다른 말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불륜은 정도를 벗어났다는 비난의 뜻이 강하지만 로맨스는 낭만적이고 달콤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을 아마 ‘소신’과 ‘고집’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 소신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멋있고 듬직하게 보이지만 반대로 고집이 세다고 하면 아마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고집 센 사람도 자기 고집을 소신이라 착각하면서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신이 아니라 고집이 센 사람은 본인을 망칠 뿐 아니라 주변에도 큰 스트레스와 피해를 준다. 특히 이런 사람이 높은 지위에 있거나 힘이 세다면 그 폐해는 더 커진다. 요즘같이 사회 전체가 소통의 단절과 갈등으로 어지러울수록 소신과 고집을 구별해 현명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소신은 ‘굳게 믿고 있는 바’, 고집은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버팀’으로 나와 있는데 이것만으로 둘을 명확히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소신은 아랫사람이, 고집은 윗사람이 부리는 것만도 아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좋은 충고를 해 줘도 절대 고치지 않는 경우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지키려고 행동하면 고집이고, 손해를 무릅쓰더라도 대의나 합리성을 지키려고 한다면 소신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고집 센 사람은 자기 판단이 틀렸거나 문제가 많이 발생해도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계속 합리화하려고 한다. 이것은 자존심을 지키고 실책을 모면하려는 방어행동에서 비롯된다. 반대로 소신이 있는 사람은 개인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대의나 원칙을 지키려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켜 ‘목이 곧다’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은 그들이 하나님 말과 뜻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욕과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서 절대 반성하지 않는 고집 센 민족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십계명을 준 이유도 이 백성이 완악하기 때문(막10:5)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고집불통에 이기적이며 은혜를 쉽게 잊는 고질적 특성이 있었고 그 때문에 2000년 이상을 유랑하면서 고생한다. 그런데 고집은 원래 우리 자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기도 하다. 생존을 위해 매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때로 거짓을 무릅쓰더라고 이익과 체면을 지키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 실수와 오류를 인정하거나 익숙한 습관이나 잘못된 행동을 고치려고 할 때는 큰 심리적 고통과 불편함이 따른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인지부조화’이론으로 유명한데, ‘인지부조화 이론’이란 자아 안에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존재할 때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한쪽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편향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날에 종말이 온다고 주장한 사이비 집단이 예언이 실현되지 않으면 오류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기도를 듣고 신이 심판을 연기했다고 합리화하면서 더 광신적으로 행동하는 식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개인부터 국가 지도자까지 고집과 인지부조화적 행동이 사회 전반에 가득하다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든다. 또 노인들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행동이나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도 잘 고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남 탓만 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하나님께 저항했다가 10가지 재앙을 당한 바로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늘 제삼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을 보고 완고함을 고치려고 노력해 보자. 모든 비극은 고집에서 시작된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2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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