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4-29 02:16:59 ]
‘부정부패 방지법’ 시행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수정.보완해 완결성 갖춰 나가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 한 장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것을 예단해서는 안 되지만, 일파만파로 번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로라하는 고위직 인사들이 연루돼 있어 그야말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반부패 의지를 천명하면서 최근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무색하게 하면서도 이 법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부정부패는 공정사회를 망가뜨리는 해악이다. 사회적으로는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금권주의를 조장한다. 국가적으로는 국민의 사기를 꺾고 사회의 응집력을 떨어뜨려 내실 있는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다.
미국과 함께 G2(세계 2대 강국)로 불리는 중국은 경제규모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럼에도 숱한 불균형의 문제를 안고 있다. 빈부의 격차, 도시 농촌 간 격차, 환경오염, 공무원 비리, 일당 독재에서 오는 갖가지 불합리한 관행과 온갖 사회문제가 상존한다.
이러한 밑바탕에는 사회 전역에 깊이 뿌리내린 부정부패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균형 있는 사회 발전을 도모해 명실상부한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명운(命運)을 걸고 반부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싱가포르는 어떠한가. 싱가포르는 수십 년 전만 해도 가난하고 자원도 빈약한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소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풍요롭고 잘사는 도시국가이자 세계 금융·물류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기적을 일으킨 데는 싱가포르의 전설적인 지도자 리콴유(李光耀) 총리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법 집행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그의 신조는 반부패·청렴 사회 구현이었다. 그는 “부패 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라고 부르짖었다.
싱가포르는 반부패 의지를 실천하려고 우리의 김영란법과 유사한 부패방지법을 1960년에 제정하여 온전히 시행했다. 리콴유는 부패에 극도의 결벽증을 지녀 장관 직위에 오른 가장 절친한 친구가 비리를 저질렀을 때 가차 없이 의법 조치했다는 일화가 있다. 공정성과 청렴성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싱가포르에 희망이 있을 수 없다는 통찰력의 발로였다.
부정부패는 우리나라를 선진 일류 국가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장애요인이다. 싱가포르의 반부패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가 지도자와 입법권자의 일관된 의지를 바탕으로 한 실효성 있는 법 제도가 관건이다. 사실, 우리보다 무려 50년 이상 앞서 반부패방지법을 제정·시행한 싱가포르에 비하면 우리의 김영란법 제정은 매우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다. 부정청탁과 부패를 근절하여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발판을 놓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위헌 소지와 허점이 보여서 졸속 입법이다,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이 빠져 있어 반쪽짜리 법이라는 논란이 계속 일지만, 뭐든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공정사회에 기반을 둔 선진 일류 국가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진통 과정일 수 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재판 결과를 존중하는 한편, 법 시행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이를 수정·보완하여 법적 완결성을 갖춰 나가야 한다. 성완종 사건처럼 국가적 추문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청렴한 사회, 바야흐로 부정부패 없는 선진 일류 국가를 향하여 ‘국가개조’에 버금가는 변화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문심명 집사
국회사무처 재직
제27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3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