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6-10 11:34:46 ]
오늘날 리더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자가 리더십을 연구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를 배우려 한다. 현대사회가 점점 조직화하면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폐쇄적으로 일하던 생산형태가 점점 개방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연결돼 협력하는 네트워크 모델이 일반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효율적인 성과를 내려면 리더십(leadership) 못지않게 팔로워십(followership)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많이 주목하지 않는다.
리더십이 추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라면, 팔로워십은 리더십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능력과 특성을 말한다. 조직에 적용해 보면 팔로워십은 일반 구성원에게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간간부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과 달리,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굉장히 조직력과 전투력이 뛰어났다. 그 이유는 하사관 같은 중간간부의 자질이 탁월했으며, 이들이 군대에서 핵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간간부가 견실한 조직은 리더가 없더라도 남은 과업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반면, 리더에 의존하는 조직은 리더가 사고를 당하면 큰 혼란을 겪는다.
교회에서도 담임목사의 역할과 능력이 중요하지만 이를 따르고 집행하는 부교역자들이나 직분자들의 팔로워십에 따라 교회가 사명을 감당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초대교회사에서 사도바울의 역할과 성과는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바울의 사역에는 늘 그를 수종하고 뒷받침하는 충실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바나바는, 바울이 예수를 만난 후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했지만 여전히 그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바울을 변호한 사람이다. 실라는 바울과 선교여행을 함께 다니며 복음을 전했으며, 바울과 함께 매를 맞으며 옥에 갇히기도 했다.
구약도 마찬가지다. 모세에게 여호수아라는 든든한 시종과 그의 입이 되어 준 아론이 없었더라면 출애굽 사역은 완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며, 솔로몬이라는 지혜의 왕이 다윗을 계승한 덕분에 이스라엘은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팔로워십이 필요할까? 미국의 경영학자 로버트 켈리 교수는 저서 <팔로워십의 힘>에서 리더가 20%를 결정한다면 그 나머지는 팔로워들에게 달려 있다면서 네 유형으로 구분한다. 독자적(창의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참여를 하며 태도 만점인 모범형, 능력은 있지만 불평불만하면서 방관하는 소외형, 적극적으로 충성하지만 능력이 부족한 순종형, 이도 저도 아닌 그저 리더의 지시만 따르는 수동형이 그것이다. 조직의 발전에 필요한 팔로워 유형은 단연 모범형이다.
훌륭한 팔로워는 리더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보태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리더의 비전과 목표를 잘 헤아려야 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열정과 충성도 중요하지만, 리더가 그리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혜안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추종자들과 중간간부들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리더에 반목하거나, 적극성은 있지만 능력이 부족해 과제를 잘 감당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리더가 뛰어나도 그 조직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특히 많은 사명이 요구되는 현대 교회들은 리더십 못지않게 좋은 팔로워십을 갖추기 위해 인재를 잘 양성하고 훈련해야 한다. 훌륭한 팔로워십을 갖춘 21세기 리더들이 나중에 더 큰 리더로서 과업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법이다(롬8:28).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3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