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건강 먹거리 열풍과 미혹

등록날짜 [ 2015-10-06 01:04:01 ]

TV 정보와 전문가를 맹신하지 말아야

비판적 태도를 갖고 검증하는 자세 필요

 

 

정보화 시대라 불리는 요즘, 우리는 인터넷, 스마트폰, TV를 비롯해 여러 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산다. 특히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에 대한 염려 때문에 좋은 먹거리나 의학 정보를 찾는 수요가 많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TV 아침방송은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전문가 해설을 곁들여 건강.의학.식품 정보를 자주 소개한다.

 

그러다 보니 거의 온 국민이 마치 전문가가 된 듯 행동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저런 것을 해야 건강해진다든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다이어트나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접해 봤을 것이다. 좀 부끄럽지만 필자도 한때 모 연예인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고 극찬한 이른바 ‘해독주스’를 만들어 꽤 오랫동안 복용한 경험이 있다. 물론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아직 생소한 말이지만 이처럼 몸에 좋거나 해가 되는 음식을 가리며 유행처럼 집착하는 경향을 ‘푸드 패디즘(food faddism)’이라 부른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물은 많이 마실수록 몸에 좋다”, “밀가루나 탄수화물은 비만을 가져오고 건강에 치명적이다”, “고기를 자주 먹으면 고혈압이 생기고 콜레스테롤 성분이 증가한다” 등이다. 건강을 위해 식습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면 병이 된다. 중요한 점은 이런 주장들이 대개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어떤 정보는 의료계나 식품업계가 고의로 유포한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푸드 패디즘’의 권위자 다카하시 구니코 교수는 ‘천일염’, ‘유정란’, ‘은행나무 추출물’을 과장된 건강식품의 대표적 목록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건강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많이 섭취하는 점이 중요하다. 음식뿐 아니다. 운동이나 좋은 습관을 권하면서 건강한 삶을 위해 무조건 실천하라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희박한 예가 많다. 예를 들어, 간헐적 단식을 하면 건강해지고 수명이 늘어난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또 운동도 지나치면 운동중독에 빠지고, 몸을 상하게 한다.

 

사람들이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진리처럼 맹신하고, 유행처럼 좇는 데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어떤 연구 성과를 진리로 인정하기 위해 수많은 토론과 검증을 거친다. 그런데 일단 TV에서 어떤 것이 방송되면 대중은 그것을 자명한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거나 실험적 가설 단계에 있는 내용을 거침없이 주장하면서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유명세를 타는 사이비 전문가들이 생긴다.

 

우리가 아는 상식 중에는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진리처럼 설파하는 이른바 ‘쇼닥터’가 퍼뜨린 그릇된 정보가 너무 많다. 옛날 사람들이 정보가 부족해 어리석음을 벗지 못했다면, 현대인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속는 똑똑한 바보가 되어 간다.

 

원래 TV 같은 대중 미디어는 진실 보도나 과학적 탐구보다는 대중의 흥미나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줄 정보에 민감하고, 일단 이를 터트려 독점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저명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TV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갖고 그것이 전하는 모든 정보를 일단 의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미디어 자체가 악은 아니지만 많은 거짓 정보를 유포하면서 대중을 우민화의 늪에 빠뜨리는 주범이다. 거짓과 선동은 마귀의 속성이기도 하다. 현명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미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TV를 아예 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5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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