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3-03 16:18:36 ]
초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안이 이번 주초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될 전망이다. 새로운 대북 제재안에 따르면 북한을 오가는 모든 수출입 화물에 대한 검색이 이뤄지고 북한 선박은 유엔 회원국 항구에 입항할 수 없게 된다. 또 항공유와 로켓 연료 공급이 금지된다.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모든 재래식 무기의 수출입도 전면 금지되며 북한산 광물 거래도 제한된다.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의 해외 자산은 동결되고 북한 은행들은 지점을 개설할 수 없고 금융 사무소도 열 수 없게 된다. 이와 함께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대남 도발의 총본산인 정찰총국과 핵과 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는 원자력공업성과 국가우주개발국 등 기관과 개인 29곳이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다.
새로운 대북 제재안이 그대로 채택돼 이행된다면 김정은 정권 봉쇄는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물 수출 제한은 김정은 정권에 뼈아픈 대목이다. 북한은 중국 단둥과 다롄 등을 통해 2014년 기준으로 15억 2000만 달러의 석탄과 철광석, 금, 희토류 등을 광물자원을 수출해 왔다.
북한의 대중 수출액이 29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광물자원 수출액이 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수억 달러씩 외화를 벌어들이던 재래식 무기 수출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북한은 이란을 통해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중동의 무장단체들에 탄도 미사일과 소형 자동화기 등을 수출해 왔다. 2012년 5월 북한산으로 보이는 탄도미사일 부품이 시리아로 향하다 중간 기착지인 부산항에서 적발돼 압수된 적도 있다.
또 2013년 5월, 파나마가 쿠바로 가는 북한 선박에서 미사일 부품을 적발하기도 했다. 새 결의안이 효력을 발휘하면 북한의 이 같은 재래식 무기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당연히 핵과 미사일 개발도 자금난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고강도 제재 국면에서 주목되는 것은 역시 중국의 행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가 “중국과 북한 간 거래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해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이 그동안 반대해 왔던 북한산 광물 수입 중단과 북한 선박의 제3국 항만 입항 금지 등에 합의한 점은 과거와는 다른 결의를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막상 제재안이 실제 이행단계에 들어갈 경우가 문제다. 북한 대외무역 거래의 90% 이상이 중국 기업들과 이뤄지고 있어 고강도 대북제재에 중국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20년 이래 초고강도 대북제재에 합의한 것은 국제사회 압박에 적극 동참해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기보다는 중국과 북한에 가해지는 압박을 적절히 조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 오바마 대통령 이미 강력한 제재법안에 서명하고 한국이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것은 물론이고 사드 배치와 전술핵 배치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급거 워싱턴으로 날아가 합의한 점도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17일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논의를 제안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또 북한이 4차 핵실험 직전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에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다는 21일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는 단순한 평화협정 공세로 보기만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23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왕이 부장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의의 병행 추진을 또 이야기했다. 북한의 오랜 주장인 평화협정을 본격 제기하면서 북한의 체면을 살려 주고 동시에 미국 주도의 제재 국면에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제재안은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때 결의안 825호가 채택된 이후 일곱 번째 나온 결의안이다. 새로운 결의안이 나올 때마다 제재 강도는 높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대북 제재 결의안들은 무기력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했다.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안정이라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도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이 북한에 대단히 화가 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강도 제재에 얼마나 동참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7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