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3-17 15:23:18 ]
따뜻한 공동체적 관계 복원이 무엇보다 중요해
교회는 상한 영혼의 친구이자 영원한 안식처
“어렵고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있습니까?”
경제협력기구(OECD)가 회원국 36개국의 사회적 연계성을 측정하려고 한 이 질문에 한국인이 가장 부정적 답변을 했다고 한다. 유달리 정이 많고 공동체 의식이 강한 우리 문화와 한국인의 기질을 떠올리면 좀 의아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또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한국인은 평균 이하 점수를 받았다. 살면서 어려움에 부딪힐 때 함께 이야기하고 문제를 풀어 줄 친구나 이웃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빅 데이터 업체 다음소프트가 2011년부터 2015년 12월까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분석한 결과 ‘외롭다’는 언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공동체 관계가 무너지고 뿔뿔이 흩어져 각자 외롭게 삶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 한국인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것은 갈수록 경쟁의식과 효율성만을 중시하고 물질적 가치와 돈을 숭상하면서 함께 나누고 보존해야 할 인간적 가치와 나누고 베푸는 연대의식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도시화가 가속하고, 전통적인 인간관계와 만남이 해체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유독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사회적 삶의 만족도가 낮고, 자신의 문제를 홀로 짊어지고 고독 속에 사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병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마도 그 원인 중 하나는 내적 가치나 삶의 본질적 문제를 깊이 천착하지 못하고 성급히 선진국으로 도약하고자 모든 것을 물질적 성장과 외양에만 지나치게 투자하는 성공 강박증 탓이 아닐까 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늘 앞서 나가는 사람을 쫓기 바쁠 뿐, 현재 내 좌표나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바쁜 삶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출근 시간에 뛰어다니고, 표정 없이 학교와 일터로 향하며 여가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몰두하는 것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삶의 외형상 조건은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행복도나 삶의 의미,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서 얻는 만족감은 떨어지고, 인간관계 지표에 큰 구멍이 생겨도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앞에서처럼 사회적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관계는 단순히 사람에게 위로나 부수적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에 있어 필수 조건이다.
2005년 호주 플린더스 대학 연구진이 70세 이상 노인들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친구를 많이 둔 노인이 가족 관계가 좋은 노인보다 사망 위험이 22% 정도 낮았다고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건강도 안 좋고, 심장마비, 암, 알츠하이머 등 질병에도 취약하다고 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반드시 사람들과 결합해서 살아갈 때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물질적 조건이 좋아도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한 삶과 평안을 위해서는 좋은 친구가 필요하고 따뜻한 사회적 관계가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일인(一人) 가구가 점점 늘어가고 삶의 조건이 팍팍해지고 있는 이때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살벌한 문화를 해결할 대책을 사회가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교회가 사랑의 공동체로서 지역 속에서 사람들을 묶어 주고 위로하며 외롭고 지친 이들이 영혼의 구원과 육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안식처가 되어 주어야 한다.
성경은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15:13)라고 말한다. 죄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위해 친히 자기 목숨을 십자가에 내놓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절실한 시대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현 건국대 자율전공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7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