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4-13 17:47:50 ]
북한 정권은 어떤 제재에도 체제 유지가 최우선
미국 대선과 중동사태 틈타 악착같이 매달릴 것
북한이 핵탄두 재진입 모의시험을 공개하면서 5차 핵실험을 예고했다. 5차 핵실험은 북한 핵무기 완성에 필수과정이다. 5차 핵실험이 여의치 않으면 6차, 7차 핵실험도 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초강력 제재를 가하고 있고 중국까지 동참하고 있지만,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백두혈통 정권의 생존이 모든 것에 앞선다. 일본 언론이 공개한 최근 북한 내부 자료에 “중국의 압박 책동을 핵폭풍으로 쳐부수자”고 한 것은 중국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체제 유지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북한은 파키스탄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처럼 제3세계 극빈국인 파키스탄은 핵 개발에 성공해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다.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전 줄피카르 부토 수상은 1970년대 “풀을 먹어도 핵무기는 개발하고야 말겠다”며 과학자들을 독려했다.
“나에게 핵무기만 안겨 주면 무엇이든 다 주겠다”며 젊은이들을 유럽으로 유학 보냈다. 미국이 집요하게 저지했지만 결국 성공했고, 지금은 핵무기 수백 기를 가진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다. 인구나 경제규모, 군사력에서 몇 배 강한 인도가 파키스탄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덩치 크고 힘센 인도가 싸움을 걸어오면 전쟁을 불사하며 과감하게 맞받아친다. 미국도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더는 문제 삼지 않는다. 이제는 파키스탄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핵 개발을 중도에 포기했거나 핵무기를 포기한 나라들은 그렇지 못했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는 숨어 있다가 주민들 손에 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카다피가 핵 개발에 성공했다면 서방국가들이 공습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구소련 붕괴로 신생 독립국이 된 우크라이나는 경제적 보상을 약속받고 소련 시절 핵무기들을 폐기했지만 후에 러시아에 침공을 당했다.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쳐들어갈 수 있었을까? 쿠웨이트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사담 후세인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트집을 잡아 침략할 수 있었을까?
북한은 이 모든 것을 다 지켜보고 학습했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의 체제 보장 약속도, 경제적 보상 약속도 핵무기보다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믿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중거리 노동미사일은 이미 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이 북한 노동미사일을 가져다 핵을 탑재해 핵미사일로 운용하고 있으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핵을 탑재한 장거리 대륙 간 탄도탄을 실전 배치하는 순간, 북한은 본격적으로 현상 타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핵을 보유한 파키스탄이 인도와 전쟁을 불사했듯이 북한도 이전보다 더 과감하게 무력충돌에 나설 수 있다. 장거리 핵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핵미사일(SLBM)로 미국을 위협하며 한국을 굴복시키려 할 것이다. 동시에 대북제재를 해제하게 하고 중국의 도움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이뤄 낸 뒤, 북한 주도의 적화통일을 꿈꿀 가능성이 크다.
5차 핵실험 시기를 놓고 예상이 분분하다. 다음 달 7차 당대회 전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 주기설에 따라 2019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어느 경우든 북한은 목표 달성을 거의 눈앞에 둔 듯하다.
미국이 대통령 선거전과 국론 분열, 혼란한 중동사태에 매몰돼 있는 사이 김정은은 미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과 실전배치를 일사천리로 끝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북한은 유일한 우방이라는 중국을 잃어 가면서 더 고립되고 궁핍해지자 더 필사적으로 핵무기 완성에 막판 스퍼트를 가하고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7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