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어제와 오늘

등록날짜 [ 2016-08-01 14:44:28 ]

6.25사변 직후 최빈국 대한민국은 60여 년간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뤘다. 이제는 외국에서도 한국을 부유한 나라(Rich Country)’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동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한국보다 발전했고, 대만도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동북아에서 세 나라가 잘사는데, 이 중 한국의 경제 위상은 남달라 보인다.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폐허에서 일궈 낸 괄목상대한 성장과 진보여서 그럴 것이다.

같은 아시아권에 있는 다른 나라, 특히 동남아 빈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 국민은 특별한 경제 유전자를 갖췄을까. 강한 도전정신, 근면, 끈기, 똑똑함과 같은 국민성을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다른 나라가 낙후한 원인을 편향된 시각으로 보게 한다. 국민성은 주관적이어서 측정할 수 없고, 민족 간에 우열을 짓는 일이라 이를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혹자는 기후 탓이라고 한다. 아열대 날씨가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무기력하게 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그러나 아열대 기후인 싱가포르와 대만의 발전을 보면 그런 주장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한국과 동남아 빈국 간에 경제 격차가 벌어진 실제 이유가 궁금해진다.

경제 발전은 국가가 무슨 시책을 어떻게 펴느냐에 달렸다. 조 스터드웰(J. Studwell)아시아의 힘에서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빈국이 경제 개발을 성공적으로 거둔 비법 세 가지를 꼽는다. ‘가족농’ ‘수출 중심의 제조업’ ‘이 둘을 뒷받침한 통제 금융이다. 풀어서 말하면, 국가가 가족농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소출 향상을 장려하고, 풍부한 노동력과 기술 습득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체 제품을 지속해서 수출하도록 주도했다. 또 긴밀히 통제된 금융이 이를 탄탄히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스터드웰에 따르면, 한국은 개발 과정에서 농업·제조업·금융 세 가지를 개발 목표에 밀접히 연계한 성공적 사례로 봤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시초는 해방 후 단행한 농지개혁이다. 땅을 분배받은 자작농(가족농)에게 영농자금을 대서 농업 생산을 늘렸다. 농업 생산량 증가는 재정을 풍족히 해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진흥시켰다. 수출은 선진 기술을 습득하는 효과도 내 제조업을 더욱 발전하게 했다. 1949년부터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과감하게 진행한 농지개혁, 19601970년대 수출 중심의 제조업 육성, 이를 뒷받침한 금융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토지개혁 실패로 자작농이 몰락하고 제조업이 발전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동남아 국가들, 특히 필리핀에서는 지배층이 어마어마한 대농장을 소유하고 소작농을 부리는 방식을 근절하지 못해 소출이 급감했고 농촌은 더욱 가난해졌다. 제조산업을 육성할 자본과 역량이 모자라 수출을 등한히 하고, 내수시장을 다국적기업에 맡겨 자체 제조산업 기반을 닦는 데 실패했다. 또 정부가 금융을 통제하지 못해 지배층이 은행을 자의적으로 남용했다. 사회 부조리·불합리를 떨쳐내지 못한 채 정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가 더해져 사회 곳곳에서 지대(地代) 추구’(Rent seeking, 사회 구성원 다수를 희생시켜 특정 세력이나 기득권층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행태를 일컬음)가 만연했다. 지대 추구는 편법·탈법을 동원한 사익 추구, 불법 로비, 불공정·불평등 심화, 부의 대물림을 낳아 사회발전의 독이 된다.

나라가 가난하고 법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시기에는 국가가 정책을 과감히 주도하고 효과적으로 이끌 때 경제 발전에 큰 보탬이 된다. 동남아 국가와 달리, 한국은 개발 시책을 응집력 있게 잘 시행한 덕분에 가난의 굴레를 벗고 발전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변곡점을 맞고 있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여서 과거처럼 고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또 단순히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기에는 복잡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쌓아 올린 기술 역량과 제도를 더 잘 운용해서 삶의 질과 합리적 분배 가치를 실현해야 더불어 잘사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한국은 10년째 한 사람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 반열의 기준은 3만 달러다. 양적 성장 이외에도 질적인 발전이 담보돼야 성취될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계층 간 상향 이동을 촉진하고, 소득불균형에 따른 박탈감을 해소하며 청년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공공·민간에서 행해지는 위법과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 선진국 임계치를 언제쯤 넘어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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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심명 집사

25남전도회

국회 상임위원회 근무

위 글은 교회신문 <49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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