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갑자기 최후의 순간이 온다면(?)

등록날짜 [ 2016-08-08 13:59:52 ]

생사화복의 주관자는 오직 하나님이심을 명심하여

후회 없는 삶을 위해서라도 항상 죽음을 대비해야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자동차 사고 영상을 보았다. 82일 부산 감만동에서 일가족 5명이 타고 가던 SUV 차량이 길가에 주차돼 있던 트레일러 차량을 들이받아 생후 2개월과 3세 아이, 엄마, 할머니가 숨지고, 운전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차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자 운전자가 당황해 아이고 차가 와 이라노하고 소리치고, 뒤에 앉은 여성이 아기, 아기, 아기. 아이고하는 절규가 들리지만 끝내 차를 세우지는 못했다.

신문기사를 보니 사고 운전자가 오랫동안 택시 운전을 한 사람이고, 차가 통제 불능인 것 같은 상황을 보여 급발진이나 차량결함이 의심된다고 한다. 사고 원인은 조사를 하겠지만 여하튼 안타깝고 허무한 죽음이다. 사고 동영상은 대략 14초 정도지만 죽음 직전의 절박하고 두려운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차에 탔던 당사자들에게는 그 순간이 엄청 길었을지 모르고, 죽기 직전 순식간에 많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 온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 보면, 짧은 순간 자신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도 한다고 한다. 사고를 당한 분들이 마지막까지 자기들이 안고 있던 아기를 걱정했는데, 만약 나라면 그런 순간 무슨 말을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필자의 친한 친구도 2012년 늦게 일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가 급발진이 의심되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TV에서 택시 속도가 순식간에 100킬로 가까이 상승하고 요리조리 장애물을 피하면서 질주하다 벽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장면을 보았다. 끔찍한 사고 장면을 보면서 택시가 질주하는 동안 친구가 얼마나 두렵고 많은 회한과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있었을까 생각하며 비통해했다. 당시 그는 한창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중학생 아들과 부인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두고 속절없이 천국으로 떠났다.

죽음은 이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언젠가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세상의 재물, 명예, 권력들에 집착하고, 죽을 때 후회할 일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면서 산다. 참 어리석고 미련한 존재이지만 고쳐지지 않는 모습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네 마리 백마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화려하게 입성하는 개선식 관습이 있었다. 개선식 당일에 개선장군은 살아 있는 신처럼 한 몸에 영광과 찬사를 받는데, 재미있는 것은 개선 전차에 비천한 노예가 같이 탑승한다는 사실이다. 이 노예의 임무는 백성들의 환호를 받는 개선장군에게 끊임없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네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개선장군이지만 언젠가 죽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것을 일깨우는 풍습인데 로마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필자도 사회에서 활발하고 중요한 활동을 하는 다른 중년들처럼 2015년까지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다. 죽음, , 재난, 환난은 나와 무관한 일이고,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보면 동정하면서도 내가 처한 상황은 다르다고 믿어 왔다. 올해에는 1월부터 여러 가지 계기로 그간의 나의 모습에 대해 많은 회개와 반성을 하며 겸손히 기도 중이다.

성경은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16:9)고 말한다. 기독교의 믿음은 생사화복(生死禍福)의 주관자가 내가 아니라 절대자 하나님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삶에 온전히 충실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메멘토 모리와 최후 심판을 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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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9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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