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10-06 15:48:21 ]
김영란법 시행으로 사회 전반 변화 예상돼
건강사회 구축하는 고귀한 시발점 될 듯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부정 청탁과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6년 9월 28일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 공직 문화, 나아가 생활 풍속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대한민국 부패 인식도를 조사했는데, 일반 국민 59.2%가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또 OECD(경제 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한국은 국가 청렴도 순위에서 2012년부터 하위권인 27위에 머물러 있다. 뿌리 깊은 청탁 관행, 고질적인 접대 문화가 그 원인이다. 우리 사회는 혈연·지연·학연·업연(業緣) 같은 연줄을 사용해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 어떤 일이든 투명하고 공정히 처리돼야 할 공직사회에서 연줄을 이용한 청탁 관행은 공고하다. 공식적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않고 비공식적 절차와 연줄에 의한 행위는 사회 전반에 불신을 쌓는다. 청탁금지법은 이러한 병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출이다.
청탁금지법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법 적용을 받는 사람들은 공직자, 교직원, 언론계 임직원 등을 망라한다. 또 이들의 배우자가 포함돼 있고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도 해당한다. 공직자에게 부정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는 민간인에게도 적용된다. 다만 민간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청탁이나 금품 수수 행위들은 청탁금지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크게 둘로 구분한다. 첫째, 부정 청탁 금지다. 부정 청탁 종류는 불법 인허가 처리, 채용·승진과 같은 인사 개입 등 총 14가지다. 예외 사유는 있다. 법령 기준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요구하는 행위,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등이다.
부정 청탁한 사람은 거액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도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눈여겨볼 점은 부정 청탁에 개입한 제삼자도 엄히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땅 소유자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토지 형질 변경 허가를 받으려고 친구인 구청 모 국장이라는 제삼자에게 허가받게 해 달라고 청탁 한 경우다. 구청 담당자가 이러한 청탁에 따라 허가를 냈다면, 이 담당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땅 소유자는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 국장은 3000만 원을 내야 한다.
청탁 당사자들보다 제삼자인 국장에게 과태료를 무겁게 매긴 이유는 우리 사회의 연고·온 정 관계 또는 영향력 있는 제삼자에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청탁 관행이 부패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부정 청탁의 연결고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제삼자를 더 무겁게 제재할 필요성을 고려했다.
둘째, 금품 수수 금지다. 기존에는 형법상 직무 도중 부당한 이익인 뇌물을 취하더라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었다. 이번 청탁금지법은 이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공직자가 동일인에게서 금품을 1회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해 수수·요구·약속하면 ‘형사처벌’ 받는다. 직무와 관련해서 1회 100만 원 이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배우자가 공직 직무와 관련해 금품 수수 행위를 하면 공직자 자신이 처벌받는다. 다만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예외 사유는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우리의 생활문화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예상한다.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전달하는 식사비, 선물비, 경조사비 한도를 각각 3만 원, 5만 원, 10만 원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식사비 3만원은 과도한 접대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본다. 통상 저녁 식사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데, ‘119 원칙(1가지 술로 1차만 마시고 저녁 9시까지 끝냄)’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다. 이는 회식 문화 전반을 건전하게 바꾸는 데도 일조한다. 필자를 포함한 크리스천 ‘비주류(非酒類)’에게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 법을 시행해 국민이 공공기관을 신뢰하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문심명 집사
국회 상임위원회 근무
2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49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