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12-14 15:03:39 ]
대통령 지도력 상실로 외교안보 정책 흔들
대통령 탄핵 사태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위기는 국가를 또다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역사가 말해주듯 집권 세력의 부정부패와 비리, 권력 오남용은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고 예측 불가능한 불안한 변화를 가져왔다. 극단적으로는 모하메드 레자 샤 정권의 부패가 1979년 이란 혁명을 초래했고, 쿠바 바티스타 독재 정권의 부정부패는 1959년 카스트로의 공산 혁명을 가져온 사례도 있다. 우리도 이미 독재 정권과 부정부패로 인한 혁명과 쿠데타 등 국가적 위기를 겪은 바 있다. 현재의 위기를 대한민국이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나라로 거듭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절실함이 여기에 있다.
정국 혼란에 현재 대북 정책도 흔들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얼마 전 한 방송사가 <통일 대박은 최순실 아이디어>라는 뉴스를 단독 보도라며 내보냈다. 해당 방송사에는 북한 문제 전문가도 있었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몇 분 걸리지 않고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대로 방송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미 3년은 됐고 한 대학교수가 책으로 냈지만 대통령의 지도력이 흔들리는 와중에 명백한 오보는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나갔다. 대통령의 지도력이 여전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해당 방송사가 다음 날 이 보도를 정정하는 뉴스를 내보냈지만 최순실이 외교 안보 정책까지 손댔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됐다. 잘못된 믿음과 확신이라도 일단 내재화되면 나중에 정확한 정보를 접해도 사람들은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은 관망 중인 듯하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뤄진 북미 접촉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이 드러나기 전에는 미북 관계의 개선이나 협상 가능성의 문을 닫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내년 2월 말부터 4월까지 계속될 2017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Key Resolve & Foal Eagle) 한미연합연습에 대해 북한은 “거칠게 반응할 것”이라고 해 도발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매체를 총동원해 남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0월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연일 조선신보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하면서 남한의 정국 혼란을 부추겨 파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체제 결속을 위한 호재로 이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가 주목된다.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면서 남한과 미국에 대해 위장 평화와 대화 공세가 예상된다. 미국에 대해서는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2월과 8월, 한미연합훈련과 을지프리덤 훈련을 빌미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면서 통일전선전략 차원에서 남한의 혼란과 대선 정국을 틈타 강력한 대정부 투쟁과 보수층 타도 등을 선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29일 ‘한국에서의 위험한 순간’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국의 혼란과 미국의 정권 교체기 김정은의 오판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현재의 위기를 이용하려 든다면 김정은 정권이 종말을 맞고 중국과의 국경에서 통일이 이뤄질 수 있음을 중국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고 미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다. 1950년 애치슨 라인에서 한반도가 제외되면서 스탈린은 미국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해 6·25 전쟁이 일어난 것은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 역시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나더라도 영국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히틀러의 오판이 주요인 중 하나였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김정은의 오판으로 인한 한반도 무력 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를 유지해 차기 정부에서도 북핵 해결을 위한 기조가 유지되도록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0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