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다시 찾아온 구한말적 위기

등록날짜 [ 2017-01-18 13:43:34 ]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 가운데 국론 통합할 리더 위해 기도해야

19세기 구한말을 방불케 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일·중·러의 경쟁과 갈등이 격화하고 북한은 ‘동방의 핵 대국’을 자처하며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 구한말 당시에는 한국이 하나였지만 지금은 남북으로 나뉘어 북이 남을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 그만큼 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한국이 몰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지도력 부재에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고 있고, 중국과 북한, 일본은 한국의 내부 갈등과 분열상을 틈타 외교적 압박을 가하며 수세로 몰아넣고 있다. 약하고 병든 동물은 무자비하게 물어뜯고 잡아먹는 동물의 세계 약육강식이나 다름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는 원칙도 없고 상식도 없다.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대북 제재에는 미온적이면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인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보복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한국 화장품 수입을 불허해 불매를 선동하고 있고 한국산 식품류도 일부를 반품하거나 소각 조치했다. 중국의 한국 찍어누르기는 무력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중국 군용기들은 수십 차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고 한국과 군사교류협력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보복 조치를 설정해 놓고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으로 가는 송유관을 하루만 잠가도 북한은 금방 태도변화를 보일 것이지만 중국은 북한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며 속수무책인 듯 행동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한·미·일을 위협하는 상황이 중국으로서는 나쁠 게 없을 뿐 아니라 중국의 역할과 영향력을 확대시켜 주는 효과까지 있으니 꽃놀이패다. 이런 와중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한국 야당의원들이 이달 초 중국을 방문했고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이들을 도착 당일 파격적으로 바로 만나 주었다. 하지만 지난 7월과 8월 왕이 외교부장이 라오스와 일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났을 때는 냉랭한 태도로 악수만 교환했다. 중국의 전방위적 보복과 이간책이 옹졸하고 도를 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31일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연일 강공으로 한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철거를 압박하기 위해 10억 엔을 한국에 주었다며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들이는 등, 연일 강경 대응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는 한·일 통화 스와프도 지켜지지 않을지 모른다며 통화 스와프 협상 중단을 언급했다. 일본 역시 미 행정부 교체기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등 국내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이용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위기에 몰린 한국을 압박하는 데는 중국이나 북한, 일본이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미·중 관계도 긴장이 팽팽하다. 트럼프 당선 이후 한동안 허니문을 유지하던 미·중 관계는 지난해 11월 하순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공포 기지를 건설한 위성사진이 공개되면서 급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월 2일 미·중 주교 이래 처음으로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아 중국은 충격을 받았다. 중국은 보란 듯 군사력 시위에 나서 필리핀 해상에서 미군의 수중 드론을 나포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이에 대해 “훔친 드론 그냥 가져라”라고 하자 조건 없이 곧바로 돌려주기도 했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외정책을 이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확보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김정은은 1일 신년사에서 대륙 간 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 준비 작업이 마감 단계라고 주장하더니 일주일 뒤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을 시켜 ICBM이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과 대륙 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조기에 확보해 판을 키운 뒤, 미 트럼프 행정부와 담판을 짓겠다는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하다. 앞서 미 국무장관 후보자 틸러슨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북핵 문제를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트럼프, 중국은 시진핑, 러시아는 푸틴, 일본은 아베 등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강한 지도자들 앞에서 강한 나라를 외치고 북한 김정은조차 핵 폭주를 벌이고 있는 이때, 우리는 국론분열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갈 리더십 확립이 시급할 따름이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1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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