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핑계 아닌 회개가 필요한 사회

등록날짜 [ 2017-02-06 15:30:46 ]

최근 사망한 히틀러 최측근 브룬힐데 폼젤 “나는 타자기만 두드렸을 뿐”

아담처럼 죄를 전가하는 태도는 자신과 남에 대한 기만이자 마음의 병
성경은 이러한 모습에 대해 최후의 날에 진노가 있다 엄히 경고해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조제프 괴벨스의 여비서를 지낸 브룬힐데 폼젤이 지난 27일 10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괴벨스는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선동과 대중조작에 능숙하여 나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킨 주범이다. 폼젤은 괴벨스가 자살할 때까지 3년 동안 여비서로 일하면서 나치에 복무하고, 나치가 저지른 악행을 가까이서 목격한 사람이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그녀는 자신은 나치에 협력한 것이 아니라 타자기만 두드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주로 나치 전사자를 축소하거나 독일 여성의 성폭력 피해 통계를 과장하는 일을 했는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나 증언을 남기지 않았다. 생전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로 가더라도 나치에 맞서 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폼젤의 자기합리화는 나치의 유대인 수송책임자로 수많은 학살에 직접 가담하고도 자신은 무죄라고 강변한 또 다른 독일인 아이히만을 연상시킨다. 종전 후 체포되어 사형을 당한 아이히만도 군인으로서 맡은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면서 전혀 뉘우치지 않았다.

폼젤이나 아이히만처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참회하지 않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들 중에는 명백한 증거가 나와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거나 심지어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폼젤처럼 상황 탓을 하면서 어쩔 도리가 없었고 자신은 할 일을 했다는 식으로 정당화하는 이도 있다. 물론 이들이 아이히만처럼 유대인 학살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권력에 빌붙어 기득권을 누리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는 똑같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거짓말을 한 사람들은 또 다른 거짓말과 상황 논리로 자신의 알리바이를 정당화하려 할 것이다.

수많은 역사 속에서 인간의 기만과 핑계 대기는 계속해서 반복된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 먹은 이래 사람들은 지은 죄가 드러나면 과오를 인정하고, 돌이키려고 하기 보다는 은폐하거나 온갖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갈 구멍만 찾는다. 선악과를 따 먹은 것에 대해 아담을 질책하자, 그는 하나님이 만들어 준 여자 때문에 과일을 먹었다고 오히려 대들었다. 여자는 또 하나님이 창조한 뱀 때문에 자기가 속았다고 책임을 뱀에게 전가했다. 선악과를 따 먹은 것도 심각한 죄지만 그것에 대해 묻는 창조주를 또 다시 속이면서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인간에게 영원한 저주와 죽음을 가져왔다.

의도적으로 남을 속이는 새빨간 거짓말보다 이렇게 저렇게 합리화하는 핑계가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 때가 많다.『핑계의 심리학』의 저자 브리기테 로저에 따르면 자신을 보호하거나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는 핑계는 거짓말의 일종이다. 오히려 핑계는 사실 자체를 왜곡하여 그 얘기를 듣는 사람들도 기만한다는 점에서 더 안 좋은 속임수다. 인간은 자신을 방어하고 심리적 고통을 피하려는 속성이 있어서 핑계에 자주 의존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체면과 권위를 중시하는 분위기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을 해서라도 빠져나가려는 행동이 일반화되기 쉽다. 핑계는 큰 가책 없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핑계를 대다 보면 결국 자신의 과오를 뉘우칠 수 없고, 또 다른 핑계와 기만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핑계는 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거짓을 진실처럼 믿는 마음의 병이기도 하다. 혹시 나약하기에 핑계를 댄다고 여전히 인간을 옹호하고 싶은가? 하지만 성경은 고집과 회개하지 않는 마음이 최후의 날에 진노를 쌓는다고 경고(롬2:5)한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1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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