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3-06 12:54:23 ]
맹목적인 내집단 편향적 태도는 분열만 키울 뿐 근본적 대책 아냐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것이 성경에서 제시하는 올바른 태도
지난해 12월 9일 현직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탄핵 인용과 기각을 촉구하는 두 집회가 매주 도심에서 열리고 있다.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최종 결정이 곧 이루어지는 만큼 법리적(法理的)인 결론은 나겠지만, 국민 분열과 적대의 후유증이 잘 극복될지 우려된다. 어느 나라에서든 정치적 대립이나 갈등은 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적법한 절차로 당선되었지만, 여전히 반대 진영의 불만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이민자 문제를 둘러싸고 정파 대립이 극심해지고 이 틈을 타 자국민 우선주의와 인종적 편견을 조장하는 극우파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종교, 인종, 민족, 지역 갈등이나 폭력적 대립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촛불 집회나 태극기 집회에서 나오는 과격한 구호나 퍼포먼스를 보면 광기가 느껴지고 상대를 향해 원초적인 증오를 쏟아 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정치적 소신을 밝히고 주장을 자유롭게 펼치는 것은 민주국가 시민의 권리이자 존중할 대상이다. 국민이 왕이나 귀족을 위해 무한히 봉사하고 의무만 감당해야 하는 봉건국가가 아닌 현대사회에서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극소수의 행동이라도 지금처럼 상대를 죽인다고 선동하거나 특정인 이름을 쓴 플래카드나 허수아비를 찢고 불태우면서 살의를 조장하는 행동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증오 범죄에 가깝다. 유튜브에는 이런 자극적인 영상이 너무도 많이 떠돈다. 이런 영상을 보면 몸서리가 쳐진다.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고 극한적으로 상대를 부정한다면 누가 이기든 대한민국이라는 배에는 큰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배가 침몰할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극한적 증오나 갈등은 내집단(內集團) 편향에서 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하며, 그 정체성의 하나로 자신이 속한 집단을 범주화하고 긍정하는 사회적 본성이 있다. 예컨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며, 기독교인이고, 연세중앙교회 교인이며, 각 기관에 속한 사람들이다, 이런 식으로 정체성을 인식한다. 여기에 성별이나 나이 등 범주로 계속해서 공통점을 찾아 나간다.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속하면 그 집단을 내집단(內集團)으로 생각하면서 내집단에 자부심과 일체감을 갖는다. 반대로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은 경계하고 구별하는 성향이 생긴다. 내집단(內集團)·외집단(外集團) 구분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성향이고, 그것 덕분에 집단 결속력이 생기고 사회가 발전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태인들이 유대교를 믿고 유대인의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동질성으로 2000년 넘게 민족적 결속을 유지하면서 이스라엘을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내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너무 강한 나머지 외집단을 부정하다 보면 외부인을 적대시하면서 절대 문을 열지 않는 폐쇄성이 커질 뿐 아니라 자칫 극단적 폭력성이 발휘될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6.25 사변이라는 참상을 겪었지만 폐허 속에서 경제를 일으키고 빠른 시일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룩했다. 그러나 최근 탄핵 정국에서 분열과 대립이 점점 커지면서 우리의 창조적 동력을 자칫 내부 갈등에 소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집단 편향은 맹목성과 편견을 조장한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한번쯤은 중립적이고 비판적으로 자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나친 편향은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한 것이라도 위험하다. 성경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잠4:27)고 편향성을 경고한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1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