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3-20 14:13:29 ]
5월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이번 탄핵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개인의 기득권 아닌 민생복리 위해 소신 있고 일관된 자세로 정치해야
노예제 폐지하고 영국 사회 한 단계 격상시킨 윌리엄 윌버포스처럼
하나님이 쓰시는 정치가 나오기를 기도해
이번 대통령 탄핵은 반복돼서는 안 될 국가적 오명이지만 어찌 보면 민주주의를 공고히 해서 나라 발전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탄핵 심판 선고에서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반으로 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비선(秘線) 조직의 국정 개입,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적 폐습(弊習)을 청산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보충 의견을 낸 바 있다.
지도자가 국가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 명운(命運)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이번 탄핵이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 새로 뽑힐 대통령은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해소하고 국론을 통합해 ‘대한민국호(號)’를 바르게 이끌 책무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국가 운영을 위한 ‘정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에서 한문 ‘政(정)’자 어원을 보면, ‘바르다’는 ‘正(정)’과 ‘일하다’ ‘회초리로 치다’는 ‘등글월문(文)’이 합성돼 있다. 즉 정(政)은 바르게 하고자 일을 하거나 회초리로 친다는 뜻이고, 조화롭지 않은 자기 자신을 다스려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政治)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조화롭지 않고 부정적인 면을 바로잡아 극복하는 일이다. 정치가(政治家)는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다스려 극복한 뒤 다른 사람의 어려움, 곤란함, 사회의 부정한 면을 바로잡도록 돕는 사람을 뜻한다.
정치를 잘하려면 정치가는 내면에 도덕적 양심과 건전한 상식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법 제도라는 외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치를 온전하게 구현할 수 없다. 사회 곳곳에 깔린 폐습과 부조리를 떨쳐 사회를 바람직하게 인도하려면 정치인(입법자)은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법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데 소신 있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 각 위원회에 올라온 수많은 법안 중에는 명백히 옳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바람직한 사안이 많다. 하지만 당론에 얽매이거나 여야 간 의견을 달리한다고 해서,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충돌하거나 기득권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여겨지거나, 입법자의 시각차가 발생해 합의를 이루지 않는다면 정작 필요한 정책이 흐지부지되거나 법안 처리가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허다하다.
올바른 정치를 펼치려면 정치가는 양심, 상식, 공의, 바른 신념의 대승적 자세를 취해 ‘소신 있고 일관된 의지’를 갖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18세기 후반 영국의 양심,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의 생애는 후대의 큰 귀감이다. 그는 영국에서 노예제도 폐습을 제거하려 평생을 헌신한 참된 기독교인이자 국회의원이다. 윌버포스는 당시 노예제를 반대하는 일 자체가 가장 인기 없는 이슈여서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영국 총리가 될 수 있었는데도, 개인의 영달을 꾀하지 않고 노예제의 근거법을 폐지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노예제도는 아프리카 흑인을 거의 납치하다시피 해서 매매를 일삼고 강제 노역에 처하는 등 개인의 자유를 침탈한 인종차별의 전형이었다. 당시 영국은 노예 무역의 종주국이었고, 영국의 해외 수입 80%를 노예 산업에서 얻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 상선(商船)에 의해 아프리카인 1100만 명이 노예로 팔렸고 그중 140만 명이 수송 중에 죽었다. 윌버포스는 노예 무역상과 소유주, 이들을 옹호한 정치인을 비롯한 기득권의 계속된 협박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국민에게 왜 노예제를 폐지해야 하는지 취지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오랜 기간 고군분투했다.
노예제 문제를 처음 제기한 지 56년이나 지난 1833년에야 비로소 노예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병상에서 이를 지켜보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운명한 윌버포스는, 부정과 불의에서 바르고 의로운 사회로 변모시킴으로써 더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 윌버포스는 보편적 가치와 인간 존중을 실현하려 자신의 모든 정치 생애를 소신 있고 일관되게 유지했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갈등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 5월 대선이 치러진 뒤, 정책과 법 제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는 인기에 영합하거나 개인의 영달을 꾀하지 말고, 민생복리를 도모하고 국가·사회를 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윌버포스처럼 소신에 찬 정의와 올곧음을 중단 없이 추구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진영 간 갈등과 분열을 없애고 국론을 통합하는 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문심명 집사
국회 상임위원회 근무
2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2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