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진보주의 아래 무너진 아메리칸드림

등록날짜 [ 2017-03-28 15:29:57 ]

트럼프 당선은 이변이 아닌
보수주의로의 회귀 의미해

2016년 11월 8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 날이었다. 언론 조사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노선을 그대로 잇는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된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었다. 이 선거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의 대격돌이었다. 트럼프가 당선된 배경이 궁금했다. 이 물음에 명확한 답변을 주는 책을 찾았다. 한국에서 지난해 11월에 번역 출판된 『미국이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가(원제: America)』다. 이 책은 오바마 대통령 전성기인 2014년 미국에서 출판됐다.

저자 디네시 더수자는 인도 뭄바이 출신으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사상가’다. 1978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갔다. 그는 인도에 계속 머물렀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다고 고백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그는 “미국은 더는 꿈을 이룰 수 없는 나라로 변하고 있다”고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그에 의하면, 현재의 미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회적 권리와 소득, 관용과 부(富)의 재분배, 소수자 우대정책과 낙태 찬성, 페미니즘, 동성애자 결혼 찬성으로 대변되는 미국을 세우려 한다. 이들이 바로 미국 진보주의자들이다. 반면에 미국의 보수주의자는 콜럼버스와 7월 4일(미국 독립 기념일) 독립정신, 혁신과 노동과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경제적 자유, 보이 스카우트와 기독교, 사립학교와 전통적인 가족 및 참전 군인으로 대변되는 미국을 지키려 한다.

저자가 책을 출판한 시기는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재선되고 1년 지날 무렵이었다. 당시 저자의 눈에 비친 미국은 ‘몰락’으로 치닫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미국인 대부분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진보라는 미명하에 역사와 정통성 부인하고 비판만 일삼는 미국 진보주의 집단
미국 진보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비판은 다음과 같다. 초기 미국 정착민들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원주민인 인디언에게서 나라를 빼앗았다. 그 후 250년간 아프리카계 흑인을 노예로 삼고 이들의 노동력을 갈취했다. 100년 가까이 지속한 인종 격리와 차별, 짐 크로 법(Jim Crow Law, 미국 남부에서 시행된 인종차별 법)을 이용해 도둑질을 계속했다.

미국 국경선도 도둑질을 거쳐 확대됐다. 미국은 멕시코 전쟁을 벌이던 기간에 멕시코 영토 절반을 빼앗았다. 미국의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는 이처럼 도둑질을 기반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주의자들이 내민 고발장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도둑질’했다는 비판에 누구도 종합적으로 대응한 적이 없다. 진보주의자들의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지도 않았다. 진보주의자들의 비판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실 속에 기반을 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을 거꾸러뜨려야 할 존재라고 진심으로 믿는 이들은 미국을 도덕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한다. 사실상 단 한 번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이며 해답을 내놓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미국)를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은 발효 중이다. 이 계획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면, 몇십 년이 아니라 몇 년이면 실현될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봤다.

이 사태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저자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에게 초점을 맞췄다. 오바마는 자신이 쓴 회고록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서 자세히 밝힌 것처럼, 그가 아버지에게서 이어받은 반(反)식민주의 이데올로기에 주안점을 두었다. 20세기 중반 케냐 출신인 오바마의 아버지 버락 오바마 시니어, 그리고 오바마 자신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풍족한 서양세계와 빈곤한 세계를 목격했다. ‘부유한 국가는 가난한 나라를 침입해 점령하거나 약탈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부유한 국가들의 탄생은 식민주의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라는 것이 이런 생각을 뒷받침했다. 이런 주장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폭넓게 인정받는 모범답안이기도 하다.


한국 좌파 진보주의 역사의식도 별반 다르지 않아
저자는 책에서 진보주의자들의 비판을 반박한다. 또 미국은 어떤 의미가 있는 나라이며, 어째서 지킬 가치가 있는 국가인지를 설명했다. 저자는 질문했다. 콜럼버스와 서양 문명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후로 원주민 인디언의 삶이 오늘날 더 나아졌는가, 더 나빠졌는가? 조상이 노예로 미국에 끌려온 이후로 오늘날 흑인의 삶이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흑인보다 더 나아졌는가, 더 나빠졌는가? 현재 미국 국경선 안쪽에 사는 멕시코인의 삶이 멕시코 영토에 사는 멕시코인의 삶보다 더 나은가, 더 나쁜가?

책에선 진보주의자들의 모순과 비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놀라운 것은 미국 진보주의자들의 역사 인식과 한국 좌파 진보주의자들의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주장이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5월 9일은 한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한국 보수주의는 아스팔트로 내몰렸다.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것처럼 우리 국민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정한영 안수집사
신문발행국

위 글은 교회신문 <52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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