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청년들

등록날짜 [ 2017-04-19 08:11:27 ]

9급 공무원 시험에 사상 최대 인원 응시
연간 경제 손실 17조 원에 이르러
청년 실업 주원인은 경기 침체 장기화와 필요 이상으로 높은 대학진학률
인공지능 역할 강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차기 정부 일자리대책 마련에 역량 모아야

최근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인원이 사상 최대(17만 2000명)를 기록했다고 한다. 경기 침체로 심화한 취업난 속에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층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사회적 손실도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느라 발생하는 기회비용(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연간 17조 1429억 원에 달한다.

공무원은 비교적 신분 보장이 잘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종이다 보니, 경제가 어렵고 고용 여건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게 현실이다.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겠으나, 국가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수많은 젊고 유능한 인재가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는 현상은 사회 전체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라 설명한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용 환경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실업자 수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2월에는 청년 실업률이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정규직과 구직포기자(취업 의사와 일할 능력은 있지만 스스로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사람들) 등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실업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실업의 원인은 첫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여 전체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청년 일자리가 감소한 데 있다. 청년 노동시장은 경기가 위축되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경기 침체 시 대부분 기업이 먼저 신규 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과거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거품 경제 붕괴 후 1991년부터 약 20년 이상 경제가 침체한 기간)’을 빼닮아 고용 없는 저성장 늪에 빠진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는 기업이 투자 의지를 살리지 못해 고스란히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에 최고조로 치달은 한반도 안보 위기가 맞물려 기업 활동과 고용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힘겨운 취업 시장이 더욱 경색할 우려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70%이며 일본(48%)에 비해 훨씬 높아 청년 실업 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고학력자들이 본인 기대에 못 미치는 일자리를 기피하면서 청년 취업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절대적인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고학력자들이 눈높이를 낮추어 하향 취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상대적인 저학력자가 구직에서 밀려나는 부작용도 염려된다.

20대 청년들의 실업 고통은 앞으로 5년이 고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대 청년들은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매년 약 100만 명씩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다. 특히 1991년부터 1995년 사이 연평균 72만 명씩 태어난 20대 초반 출생자는 1980년대 후반 출생자보다 연평균 10만 명이나 더 많다.

이런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여,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사뿐히 내딛도록 정책적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 청년들은 취업을 통해 개인의 삶을 영위하고 자아를 실현할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견인(牽引)해 나갈 산업의 역군이자 미래의 동력이다. 20대 국회에 들어서 청년 문제를 전담할 기관으로 ‘청년청’을 신설하고 청년 소득을 보장하려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사실만 봐도 청년층이 지닌 국가적 비중이 어떠한지를 가늠케 한다.

다행히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가 15개월 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청년 실업률도 다소 감소했다는 희망적인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전체 고용 시장에 미치는 경제·사회 구조적 요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반짝’ 회복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있어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한편, 인공지능(AI)·로봇기술 등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 물결이 고용 환경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전통적인 일자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 흐름 속에, 차기 정부는 민간의 역할이 강화되고 산업 체질이 혁신되도록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로 궁색한 처지로 내몰리지 않게 ‘고용 창출’을 정책 과제의 우선순위로 삼되, 미래의 성장 원동력인 청년층에게 손에 잡히는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게 각고(刻苦)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심명 집사
국회 상임위원회 근무/ 2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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