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4-26 07:46:43 ]
과거 무분별한 대북 지원 정책으로 북한 정권 기사회생, 핵 무장까지 완성해
6차 핵실험 앞둔 위기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공약 어처구니없어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안보 이슈가 뜨겁게 부상하고 있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이냐 아니냐, 2007년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질 때 북한에 물어봐서 했느냐 아니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느냐 마느냐 등이 주 내용이다. 북한을 주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유력 후보는 끝까지 확답을 피했다. 또 2007년 11월 노무현 정부 당시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확인해 보고 기권을 결정했다고 송민순 당시 외교부 장관이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밝혔지만, 이를 북풍공작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남한이 대선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사이 북한의 위협은 거세지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 열병식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각종 전략 무기를 공개하면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또 서울과 워싱턴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선전 영상까지 만들어 협박하고 있고 6차 핵실험도 강행할 태세다. 게다가 김정은은 지난해 말부터 각종 특수부대 훈련을 참관하며 또다시 남침을 외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전례 없이 3개 항모전단과 각종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하며 북한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고 있지만, 북한은 조그만 징후에도 선제타격 하겠다며 전쟁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한미의 대응을 자신들에 대한 적대행위라며 적반하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 회담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과거를 돌아보면 대답이 명쾌해진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10년간 남북은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치렀고 개성공단이 시작됐으며 금강산으로 남한 사람 수십만 명이 관광을 다녀왔고 남북 간에는 정치와 군사, 경제와 사회 문화 등에서 수많은 교류와 협력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북한이 변한 듯했고 통일도 멀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남한 함정을 공격해 두 차례나 연평해전을 일으켜 우리 해군 병사들이 전사했다. 또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스커드 등 각종 미사일도 수시로 쏴대며 긴장을 유발했다. 하지만 당시 남한 정부는 화해 협력 기조를 유지한다며 북한의 이런 도발에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제재 역시 시늉에 그쳤다. 망해 가던 김정일 세습독재 정권은 기사회생했다. 무슨 짓을 저질러도 오히려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 차장과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 보좌관과 주 영국대사 등을 지낸 라종일 씨는 자신의 저서 『장성택의 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정일에게) “가장 큰 현실적인 성공은 남북관계가 비교적 원활하던 시기 핵무기를 완성한 것이었다. 군사적인 위협 없는 안전을 보장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이 기간을 김정일은 그의 표현대로, 기울어 가는 정권의 자력갱생 기회로 십분 활용했다.”
김대중 정부의 인사가 당시 망해 가던 김정일 정권이 남한의 도움으로 핵무기를 완성하고 일어섰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김정은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대북제재에 시늉만 내던 중국은 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해 태도가 달라졌다. 평양행 항공편 운행을 중단하고 북한 관광을 중단하는가 하면, 북한산 석탄을 되돌려 보내고 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중국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서해에서 중국이 이지스함을 동원해 훈련하는 등 중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도 미국 못지않다. 김정은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이제는 중국까지 실제적인 보복에 나설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어떻게 될까? 기울어 가는 김정은 정권은 기사회생할 것이다. 국제사회 대북 압박은 구멍이 뚫리고 미·중의 군사적 압박으로부터 남한은 김정은의 방패막이가 될 것이다. 또 김정은은 남한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현금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아 핵 무기고를 크게 늘려 나갈 것이다. 기운을 차린 김정은 독재정권은 배급제와 계획경제를 부활하려 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북한 주민들이 압제에서 벗어날 길은 더욱 요원해진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는 김정은과 3대 세습독재 정권은 살아나고 우리는 죽는 길로 들어설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2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