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

등록날짜 [ 2017-05-04 22:53:14 ]

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주체사상 같은 이념마저 무분별하게 허용되어서는 안 돼
다가올 대선에서 진정으로 국가안보와 국민 안위를 걱정하는 지도자가 꼭 선출되어야


1991년 3월, 대학교 3학년 때 일이다. 필자는 과(科) 학생회장인 동시에 학군사관후보생(ROTC)이었다.

당시 대학교 총학생회 임원은 학교 발전과 학생 복지를 위한 조직이라기보다는, ‘운동권’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대한민국’ 자체를 바로잡아야 할 ‘모순’으로 규정하고 나라를 전복해서라도 목표 달성을 위해 투쟁을 벌이는 정치 조직의 일원들이었다. 연일 시위를 주도해 대학가에는 최루탄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필자는 대한민국 공군 장교가 될 예정이어서인지, 학생회의 이념적 편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총학생회 임원들이 주한미군 철수나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대한민국 체제에 해를 가할 수밖에 없는 사상을 신입생 때부터 선배들에게 강력히 교육받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번은 총학생회 임원들과 밤새 토론한 적이 있었다. 당시 알게 된 사실은 소위 운동권 학생들의 이 같은 이념적 무장 배경은 단순한 반자본주의, 자유주의적 배경에 근거한 것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핵심 간부들은 주체사상을 절대 진리로 알고 신봉했다. 정치·사회적 관점이 완전히 다른 이들과 마주해, 그들의 반국가적(反國家的) 학생운동 성향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이상적인 학생운동은 어떤 것인지 강력히 대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이 방영돼 꼼꼼히 챙겨본다. 정치 관점이 완전히 다른 대선 후보들은 상대방 후보가 질문하면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문제에 관점이 전혀 다른 후보들이 토론하고 있으니, 이를 시청하는 국민은 답답할 따름이다. 국가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비전 제시는 없고, 근거 없는 비난 전략을 사용해 상대 후보를 매도하려는 선거 전략과 이를 이용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언론사의 의도가 엿보인다.

정치사회 현상을 무수히 접하고 젊은 시절부터 대한민국 최고 학부에서 공부하고 토론했을 최상위 지성들이 왜 이리 소통되지 않는 것일까.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선 주자들의 답답한 모습의 원인은, 필자가 학생회장 시절 학생회 간부들과 토론했던 것처럼 후보들 기저에 놓인 사상에 이 땅의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와 전혀 맞지 않는 엔진이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양성이란 미명하에 인권유린, 기아, 살인, 혹독한 1인 독재를 버젓이 자행하는 주적(主敵)과 대치하고 있는데도 방종에 가까운 수용성을 가지고 그들의 사상과 존재를 용인한다. 후보 각자가 살아오면서 체험한 가치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후보 중에는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삼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사실상 주체사상이 말하는 바와 다를 바 없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무자비한 공산주의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렀다. 가까스로 이 땅을 지켜냈지만 주적인 북한과 휴전 상태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사는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냉엄하다. 언제 북한이 도발해 전쟁이 벌어져 수많은 인명피해가 날지 모른다. 한반도의 정확한 현실을 고려하고 베트남 패망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이념적 다양성을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는 야욕을 한순간도 거둔 적이 없다. 이런 북한에 당하지 않으려면 온 국민에게 최소한의 안보 기준은 있어야 한다. 북한을 남북통일의 대상으로만 보고, 경제적 지원과 대화를 통해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시작한 6.25사변을 포함, 휴전 이후 발생한 수많은 무력도발과 최근 10여 년간 은밀히 진행한 핵실험 같은 군사적 위협을 평화적 측면에서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아마 우리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는 답변을 듣게 되지 않을까 예상돼 씁쓸하다.

현재 우리 국민 상당수는 확고한 대적관이나 안보관이 무력해졌다. 누구의 선전선동 결과인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개개인에게 너무나 많은 정보와 뉴스가 전달되고 있지만,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인 뉴스보다는 특정 이념에 편중되고 왜곡된 정보가 온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있다. 사실이 아니어도 일단 주장해 비방하고 사실 여부 검증은 제대로 받지 않는 후진국형 정치 풍토는 언제쯤 이 땅에서 없어질까.

정확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민심(民心)이라고 포장하는 언론이나 그걸 민심으로 받아들이고 지지 후보를 바꿀 유권자들이 줄어들어야 한다. 자신을 희생하고 국민을 위하고 철저히 준비해 국민 안위를 진정 걱정하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주적인 북한을 압도해 대한민국의 안녕과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깨끗하고 현명한 지도자가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쟁을 막는 가장 현명한 길은 전쟁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다.



/강승호 안수집사
국방부 근무

 

위 글은 교회신문 <52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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