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5-09 11:07:08 ]
선택은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 선물
선택에 따라 고통도 따르지만 남에게 선택 맡기는 태도 지양해야
다가오는 대선은 대한민국 운명을 좌우할 선택
사회 분위기가 아닌 분명한 신앙 양심을 기준으로 현명한 선택 내려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크고 작은 선택을 하루에 200번 이상 한다. 큰 스케줄과 할 일은 정해져 있지만, 소소한 것은 각자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아침에 출근할 때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부터, 점심에는 누구와 무엇을 먹어야 할지, 저녁에 여유가 생기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매사가 선택의 연속이다. 또 장기적으로 여름휴가 기간에 무슨 일을 할지, 특정한 필요가 있을 때 물건을 살지 말지, 산다면 어떤 것을 살지 등 날마다 선택에 직면한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리다가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 한 선악과를 따 먹고 쫓겨난 이후 반복되는 선택의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자유의지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고 할 수도 있다. 선택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동물과 다른 인간다움의 징표이기도 하다. 동물은 본능을 따르고 주어진 자연의 순리대로 살기에 선택할 것도 없고 변화도 없지만, 인간은 자연에 맞서며 운명을 개척하는 능동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자유의 문제를 탐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면서 주신 축복이기에 잘 누려야 한다.
하지만 선택이 늘 좋은 것은 아니며, 어쩔 수 없이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고통을 겪기도 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선택이 어렵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6가지 정도 주고 선택하라고 할 때와 30가지 넘게 주면서 선택하라고 할 때, 어느 쪽이 더 만족도가 높을까? 6가지일 때가 훨씬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더 자유도 많고 만족도도 클 것 같지만 선택지가 6가지를 넘으면 혼란함과 고민이 그만큼 커진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동시에 다른 것을 손해 본다는 감정이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선택을 아예 남들에게 맡기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바꿀 때 휴대전화 가게에 가서 점원 설명을 들으면서 그저 추천을 해 주는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일일이 상품을 비교하면서 가격이나 성능, 그리고 통신사를 따져 합리적 소비를 하는 일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기 때문이다. 또 내가 알아보는 것보다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편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많다. 입시전략이나 취업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혼자 모든 것을 준비하고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져서 전문 상담을 받아 결정하는 것이 대세다. 그러다 보니 각종 컨설팅 업무가 점점 늘고 있고, 인터넷처럼 정보 매체가 확대되어도 여전히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정보화 시대에 오히려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양극화가 커지고, 선택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번 대통령 선거처럼 한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하고 집단적인 선택도 있다.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나 미국 중심주의를 채택한 트럼프의 등장도 다 대중 선택이 가져온 결과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라진다. 혹자는 투표할 사람이 없어 기권한다고 말하지만, 기권도 정치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엄연한 선택이다. 선택해야 한다면 피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차선이라도 고를 필요가 있다. 다만 내가 선택한 결과에 책임을 지기 위해 합리적 원칙과 윤리의식, 그리고 신앙적 양심이 분명해야 한다. 휴대전화나 초콜릿을 고르듯 기분대로 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이나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현명한 시민이자, 하나님의 백성으로 투표라는 공적 선택을 즐겁게 감당하자.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2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