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文 정부, 북한과 대화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등록날짜 [ 2017-05-22 18:30:07 ]

경제원조 받은 후 핵개발
수차례 국제 합의 파기한 전력있는 북한 정부
일시적으로 도발 자제하며 대화공세 펼쳐도근시안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남한의 새 정부를 공식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 발사에 대응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하고 북한을 규탄하자 북한은 이를 추태라고 비난했다. 동시에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 백악관을 설득해 남북접촉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혁명에서 발휘된 민중의 힘을 등에 업고 북한과 접촉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라는 것이다. 자신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더라도 남한의 새 정부는 자신들과 대화하러 나와야 한다는 궤변이다. 하지만 아무리 북한과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라도 눈앞의 도발을 못 본 채하고 아무 일 없는 듯 대화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과는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대화와 협상을 진행했다. 북한 비핵화와 미사일 발사 중단과 관련해 중요한 합의도 3번이나 있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 그리고 2012년 2·29합의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미국과 북한 양자대화, 9·19공동성명은 6자회담, 2·29합의는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 사이에 맺은 합의였다.

세 협상 모두 북한과 지루하고 힘든 밀고 당기기 끝에 어렵게 합의들을 이끌어냈지만 북한은 합의를 이행할 순간이 오면 본색을 드러내고 합의서를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비밀 우라늄 핵개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깨졌고,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합의의 마지막 단계인 검증을 거부한데 이어 미사일 발사와 1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없던 일이 되었다. 2·29합의 역시 중국의 중재로 북한에 영양식 24만 톤을 제공하는 대가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북한이 미국의 만류에도 로켓으로 위장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파기됐다.

북한은 합의를 파기할 때마다 온갖 트집을 잡아 모든 원인을 미국과 한국에 돌렸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남남갈등이 일었다. 합의 파기의 원인이 북한에 있는데도 남한 정치권 일부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대신 반대세력을 비난하는 빌미로 이용했고 남남갈등을 심화시켰다.

북한이 도발을 일으켜 긴장 상황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대화를 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그 이면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는 악순환을 이어갔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이같은 기만술을 외면하고 대화하고 교류협력을 하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당장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리라 주장한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서는 정경분리 원칙을 내세워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도 북한과 교류 협력을 증진시켰다. 북한은 이를 한껏 이용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이런 무익한 대화를 다시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오래전부터 군축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2013년 4월 당시 미국이 대화를 제의하자 북한은 노동신문에서 “군축회담은 할 수 있어도 비핵화 회담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군축대화의 전제조건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상 북한과 대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화하러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화 내용이 중요하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이 백번 양보해서 혹시라도 미·중의 압박에 못 견뎌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에 나오더라도 과거 20여 년간 합의 파기를 쉽게 한 것을 돌아보면 이도 믿기 어렵다.

북한은 이제 핵보유국임을 자처하고 한·미·일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강제하고 있다. 이번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성공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이제 사거리만 늘리면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을 갖게 된다. 북한은 핵 보유의 자신감을 가지고 대화 공세를 펼 것이다. 북한이 몇 달이라도 도발을 자제하면서 대화 요구를 하고 나오면 한국과 미국에서 북미 혹은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주장이 대두될 수 있다. 대화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북한과 대화하러 나가 반드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조바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대북정책에서 정파적 입장을 떠나 더 긴 호흡과 성숙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2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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