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인성(人性) 상실의 시대

등록날짜 [ 2017-07-04 14:13:06 ]

젊은 세대 도덕의식 부재 현상 갈수록 심화
내면 가치보다 스펙과 성공만 중시하는 잘못된 사회분위기와 교육 탓

하나님 말씀과 가정교육으로 인성과 예의 갖춘 건강한 미래 세대 가르칠 때

필자는 2005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줄곧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해마다 학생들이 학사 과정을 마치고 떠나면 새로운 얼굴이 그 자리를 채운다.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지만 신선한 분위기와 젊음은 늘 한결같다.

패기 있고 순수한 20대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어울리는 것은 대학교수가 누리는 특권이지만 불쾌한 경험도 종종 한다. 최근 많이 느끼고 주변 교수들도 공감하는 점은 인성(人性)과 예의(禮儀)에 문제 있는 학생이 점점 많아지고, 친구 관계에서도 이해타산을 따지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정(情)보다 이익만 따지는 개인주의 세태가 뿌리내리면서 서로 무관심하거나 적대시하고, 대학교육을 돈 주고 누리는 서비스로 인식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학내 선거나 학생회 운영에서 기성세대 뺨치는 부정을 벌이기도 하고, 성 범죄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질러 사법당국을 개입시키기도 한다. 교수에게조차 인간적 도리를 무시하고 상식에 어긋나게 행동한다. 필자와 같은 과(科) 교수 한 분은 수업 시간에 습관적으로 화장을 고치는 학생을 나무랐는데 그 후로는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아 씁쓸해했다. 학생에게 야단을 치거나 성적을 나쁘게 주면 강의평가에 막말을 남기기도 한다.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젊은 세대에게 많이 볼 수 있는 공통된 문제다. 청소년들이 흡연을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난동을 부리고, 일탈을 나무라는 어른들에게 욕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사건도 많다 보니 십대의 흡연이나 음주를 보고도 못 본 척하게 된다. 최근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 9명이 여교사가 수업하는 도중 음란행위를 하다 발각되어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범죄 행동도 문제지만 전혀 반성할 줄 모르고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잘못된 도덕의식에 더 충격 받았다. 청소년 범죄야 예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흉포화하고, 공부 잘하고 가정에 문제 없는 학생들이 말썽을 부리는 경우도 많아져서 심각성이 크다. 청소년들의 정서가 삭막해지고 인성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욱 더 암울해질 것이다.

사회 전반의 윤리의식이 추락하고 끈끈한 공동체 문화가 파괴된 것도 이런 현상의 원인이지만, 사회를 탓하지 말고 이제 인성과 예의의 중요성을 모두 주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인성과 예의는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전통 사회에만 필요한 낡은 덕(德)이 아니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유명한 대사처럼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는 책임 있는 시민 역할을 다하려고 학문, 예술, 체육은 물론 대인관계를 교육했다. 품성과 태도의 중요성은 중세의 에티켓 문화로 이어졌고, 귀족주의의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 동양에서도 예(禮)의 중요성을 강조해 교육했고, 양반일수록 몸가짐과 처신에 엄격하고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선비 문화를 실천했다.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 하고, 경쟁주의 구도가 심화 하면서 인성이나 예의보다는 각종 스펙(spec, 경력과 자격)과 능력만 강조하고 출세를 부추기는 잘못된 교육 세태가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주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사이코 패스(Psychopath, 반사회적 인격장애) 심리다. 우리 사회가 회복 불가능하게 망가지기 전에 인성과 예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상생과 존중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22:6). 교회부터 시작하자.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3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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