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겠다고요?

등록날짜 [ 2017-07-19 07:06:37 ]

최근 스마트폰 앱으로 성경 대신하는 이가 많아
간편하지만 역기능도 커
귀찮아도 성경‘책’ 읽어야 주님 사랑 진하게 느낄 수 있어


‘연간 독서량’ 10.8권(2010년) → 9.1권(2015년)
‘독서 시간’ 31분(2010년) → 23분(2015년)

독서 인구가 날로 감소하면서 종이 책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을 일등공신으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첨단기술이 집적된 스마트폰은 전자책은 물론 인터넷·메신저·음악·동영상·카메라·금융서비스 같은 온갖 기능을 흡수했다. 무엇보다 지식·정보 창고에 들어가게 하는 열쇠다. 스마트폰에 단어 몇 자만 입력해도 웬만한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곧바로 접할 수 있다. 지식의 공급처가 종이로 된 책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체된 세상이다.

‘책으로 된 성경’은 어떠한가. 활용도가 현저히 변화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만큼은 아닌 듯하다.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는 성도들이 줄어든 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성경책을 대신해 스마트폰의 성경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기독교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문화사역 단체인 팻머스 문화선교회에서 한국 기독교인 216명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 73%가 “성경책 대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71%는 “평소에도 성경책 대신 성경 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앱의 간편성과 실용성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혹자는 “스마트폰이든 성경책이든 방식만 다를 뿐 목적은 똑같이 성경 말씀을 접하기 위함인데, 성경 앱 활용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경 앱을 사용할 경우 성경 읽는 시간을 더 할애하고 있는지, 말씀 구절마다 담긴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는지는 문제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 후 성경을 더 많이 읽게 됐다는 응답자는 35%인 데 비해, 예배 시간에 성경 앱을 접속하다 다른 기능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47%였다. 앱을 보는 중에 도착한 문자나 카톡, 불쑥 튀어나온 뉴스를 뿌리치기 어렵다. 성경 앱으로는 하나님 말씀을 차분히 숙독할 수 없고,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따른다.

또 영적인 측면에서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읽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지 살펴볼 일이다. 디지털의 불가촉(不可觸)이라는 속성상 과연 은혜와 감흥을 충만히 느낄 수 있을까 싶다. 기계적으로 쓱 훑어보는 방식 탓에 영의 양식으로서 하나님 말씀을 먹는다는 거룩한 느낌도 덜하다. 한마디로 성경 읽는 맛이 떨어진다. 스마트폰 앱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종이로 된 성경책을 읽는 게 어색해질 수 있다. 필자의 말에 갸우뚱하는 이도 있겠지만, 다수의 관점이라고 보면 언급할 가치는 충분하다.

필자는 한때 성경책 없이 예배 시간에 성경 앱을 사용했다. 영적인 중량감이 떨어지고 주의도 산만해져 말씀 숙독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뒤부터는 성경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본문 말씀을 직접 펼친다. 정겨운 인쇄체로 기록된 성경책 때문에 말씀 사모함이 배가되어 주님의 심정을 깊이 새길 수 있었다. 평소 통독할 때는 중요한 구절에 밑줄을 긋는 등 따로 표시해 두면 나중에 반복해서 읽을 수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이것이 ‘성경책’을 읽는 효과가 아니겠는가.

참고로, 성경책이 인쇄 보급된 역사를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하다. 과학 발달에 인쇄술을 빼놓을 수 없는데, 성경책의 대중적 보급은 15세기 중엽 인쇄 혁명이 가져온 쾌거였다. 금속활자를 발명한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성서를 대량 인쇄해 유럽 전역에 보급하여 기독교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16세기 초 루터가 종교개혁을 이룬 것도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덕분이라고 한다. 가톨릭교회의 폐해를 실은 대자보를 대량 인쇄해 유럽 전역에 전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보기술(IT) 혁명의 산물인 스마트폰이 기독교 부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못 궁금하다. 분명 스마트폰은 우리 신앙생활에 무척 유용한 기능을 제공한다. 교회 정보와 소식을 전달하고, 교우들 사이에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통신수단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신령한 예배에 집중하고 영성을 유지하는 것을 방해한다. 또 성경을 멀리하게 하는 주범으로, 성도들이 스마트폰을 보느라 시간을 빼앗겨 성경을 읽을 시간을 그만큼 줄게 한다.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 치고 성경을 차분히 묵상하고 성령 충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정보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편리해진 세상일수록 값싼 실용성과 편의성만을 추구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신앙의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성경책을 늘 가까이 하고 묵상하는 일을 생활화하는 데 소홀함 없어야 하겠다. 우리 모두 ‘나의 사랑하는 책’을 훌륭한 벗 삼아 하나님의 뜻과 사랑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감동으로 체험하는 삶이 날마다 지속되길 바란다.


/문심명 집사
국회 상임위원회 근무/ 2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3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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