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미 대화 물꼬 틀까?

등록날짜 [ 2017-08-28 13:40:19 ]

뜨거운 8월, 北美 일촉즉발 대결 구도
김정은 “당분간 미국 행동 지켜볼 것”
도발 잠시 중단하고 소강상태이지만
핵무기 있는 한 여전히 한반도는 위기


지난 9일, 북한 전략군이 성명을 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으로 8월 중순까지 미국령 괌을 포위사격 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정은이 결단하면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로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미국의 예방전쟁에 전면전으로 대응하겠다고 거들며 전쟁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고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성명에 날짜를 특정해 추가시켰다. “북한이 15일까지 괌 주변을 공격할 것이라는 계획에 대해 읽었다”라며 “북한이 괌에 무슨 짓을 한다면, 아마 그 누구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일이 북한에 벌어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경고였다. 북한은 한 발 물러섰다. 김정은은 지난 14일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에게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서는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곧이어 트럼프가 화답했다. 트위터에 “(김정은이) 매우 현명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면서 “만약 안 그랬으면 재앙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던포드 미국 합참의장은 북·중 접경에서 불과 200㎞ 떨어진 곳에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팡펑후이(房峰輝) 총참모장과 회담하고 북·중 접경을 관할하는 북부 전구가 있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과 하이청(海城) 공군기지를 방문해 북한 가까이까지 갔던 것이다. 이례적인 일인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미·중이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북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례적인 일은 또 있었다. 지난 21일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UFG)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미국 태평양사령관, 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청장 등 한반도 방어를 책임지는 미군 핵심 수뇌부 3명이 한국을 동시에 방문해 22일 합동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극히 이례적이었고 이는 북한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였다.

김정은도 도발을 자제했다. 대신 새로운 무기를 노출해 위협하는 것에 그쳤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3일 김정은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을 보도하면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3형’을 공개했다. 미국을 타격할 신무기가 있다는 정도로 응수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도 이례적이다. 지난해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 맞춰 인민군 총참모부와 외무성을 동원해 비난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기습 발사했고, 2015년에는 경기도 연천지역에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발사하며 한미를 자극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자제에 “김정은이 미국을 존중하기 시작했다”며 “긍정적인 무언가가 나올 수 있다”는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안을 채택한 이래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도발 행위들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라며 “나는 이를 주목하고 인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가까운 미래에 어떤 대화를 하는 경로로 가고 있다는 신호의 시작이길 바란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6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조건으로 핵과 미사일 실험 중지와 역내 불안정 활동 등으로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오는 31일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이 끝날 때까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이를 명분으로 북한과 물밑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에 아직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의 송환 문제를 명분으로 북·미 접촉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압박의 강도를 낮춘 것은 아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오전에 중국과 러시아 등 기업 10곳과 개인 6명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와 외교적 해법을 통한 듀얼 트랙(dual track)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선택은 김정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완성하기 전에 대화에 나설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9일 정권 수립일,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기념일이 또 하나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4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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