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9-12 15:44:58 ]
北 6차 핵실험으로 북핵 수준 치명적 확인
우리 정부 “강경 대응하겠다” 실효성 적어
자체 핵 보유·미군 전술핵도 실행 어려운 상황
위정자·국민 똘똘 뭉쳐 한 목소리 내야
북한이 강행한 6차 핵실험으로 우리나라가 술렁이고 있다. 해당 지역에 규모 5.7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봐서 5차 핵실험보다 위력이 무려 10배가량 증가했다고 추정한다. 이는 다이너마이트(TNT) 5만 톤에서 16만 톤가량의 폭발력에 해당하는데,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무기 위력이 TNT 1만 5000톤이었던 데 비하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이다.
언론에서는 수소폭탄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 당국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한 바 있다. 북핵이 원자탄에서 수소탄으로 진화하면 단순히 위력만 커지지 않는다. 원자탄만 해도 플루토늄 또는 우라늄과 같은 핵원료가 되는 물질이 동시에 핵분열을 일으켜 핵폭풍·고열 같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 수소폭탄은 여기에 리튬·수소 같은 핵물질이 융합해 순식간에 2차 폭발을 일으키는데, 수소 핵융합 반응 원리를 이용하므로 인류가 발명할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로 치부된다. 북핵이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섰다면 보통 심각한 게 아닐 것이다.
이처럼 북핵 폭주 기관차는 가속도를 올리고 있는데도,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북한에 연일 강경 대응하겠다 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열쇠를 쥔 중국에게 북한으로 원유 공급을 끊도록 계속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그동안 내성이 생길 대로 생긴 북한에 이제 와서 송유관을 틀어막는다 해도 당장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상당 기간 쓸 원유를 이미 비축해 놓았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레짐 체인지(체제 변화)’ 쪽으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견고한 철옹성을 구축한 김정은 정권을 끌어내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한편, 일각에서는 북핵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만큼,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대립 상태인 두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서로 핵공격을 유발시킬 위험한 행동을 삼가게 하는 것)’을 도모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다시 말해, ‘독자적 핵개발’ 또는 ‘미군 전술핵 재배치’라는 두 방안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독자적 핵개발은 우리나라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이고, 핵물질의 군사 목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비핵화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차선책인 미군 전술핵 재배치는 과거 우리나라에 배치된 적이 있어서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지만, 이 역시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맞지 않고 북한 핵 포기를 요구할 명분도 사라진다.
우리나라는 안보와 경제 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북핵을 응징하기 위해 미국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인 선제 또는 예방 타격도 우리로서는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이로 말미암아 자칫 전면전이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안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최우선 의제로 다뤄야 한다. 대명제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 정권은 궤멸되겠지만, 그 대가로 우리가 입는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병법에서 “백번 싸워 백번을 이긴다 하더라도 그것이 최고의 방법은 아니다”고 했다. 적을 파괴하는 것보다 적을 온전하게 둔 채 이기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최고조로 치달은 한반도 긴장 국면을 타개하도록 우리 국민이 똘똘 뭉쳐야 하고, 이런 점에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위정자들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국내 정치 문제에 여야 교착으로 발이 묶여 있다. 이렇게 하고도 과연 국민에게 영(令)이 서겠는가 싶다. 조선시대 대표 국란인 임진왜란·병자호란에서 보았듯, 훈구파와 사림세력 사이 고질적인 당쟁으로 정치 혼란이 거듭되었고, 이는 국난 예방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을 거울 삼아야 할 것이다.
/문심명 집사
국회 상임위원회 근무
2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4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