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7-09-19 18:36:55 ]
유엔 대북제재 2375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 사흘 만에 북한이 또 일본 열도를 넘겨 미사일을 발사했다. 6차 핵실험을 3일에 실시했으니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이) 계속 지금처럼 나간다면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대응조치는 더욱 강도 높게 취해질 것”이라고 위협해 올 추석 연휴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연휴 끝에 북한의 노동당 창당 기념일(10월 10일)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미 깨진 한반도 비핵화
정부가 즉각 현무 미사일을 발사하고 북한의 제재와 압박을 한층 더 옥죌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전날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 발표와 맞물려 혼선과 논란을 자초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실시하고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응책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 명분이 깨지고 북한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으며 동북아 핵 경쟁을 촉발한다는 게 반대 명분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로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고 북한은 한국에서 전술핵이 철수했을 때도 핵개발을 지속했으며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는 이상 전술핵이 동북아에서 핵 경쟁을 촉발시킨다는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누구나 다 아는 핵보유국이다.
핵은 핵으로밖에 억지할 수 없다
전술핵이 필요한 것은 핵은 핵으로밖에 억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체 핵무장이 정답이지만 현재 국제정치 구조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어서 차선책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술핵을 재배치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북한 핵에 대해 비례적인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는 전략핵무기이기 때문이다.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의 차이
여기서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를 간단히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전략핵무기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 또는 장거리 폭격기 등에 탑재되는 핵무기를 말한다. 사거리가 길고 폭발력이 수백 메가톤에 달해 단 한 발로 도시 하나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반면 전술핵무기는 폭발력이 수십 킬로톤이어서 전략핵무기에 비해 폭발력이 약하다. 이 때문에 파괴 범위가 제한적이고 방사능 피해도 상대적으로 적다. 전술핵무기는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되거나 핵 어뢰, 핵 기뢰, 핵 배낭 등의 형태로 운용되며 전장에서 사용된다.
전략핵무기 사용하려면 3차 세계대전 각오해야
핵보유국들이 전술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전략핵무기가 실제로는 거의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폭발력과 살상력, 방사능 피해 때문에 전략핵무기를 사용하려면 3차 세계대전이나 인류 멸절을 각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규모 국지전이나 재래식 무력 충돌에서 전략핵무기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핵 강국들은 전략핵무기의 폭발력을 크게 낮춘 전술핵무기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했다. 대표적으로 과거 소련의 압도적인 기갑 전력에 맞서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를 들 수 있다. 미국은 현재도 독일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터키 등에 최대 200기 정도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러시아 때문이다. 구(舊)소련만큼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재래식 전력은 아직도 유럽 국가들이 자체 재래식 전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
여기서 또 한 가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북한의 전술핵무기다. 북한은 ICBM이나 SLBM만 만들고 말까? 아니다. 북한은 이미 2009년부터 전술핵무기에 착수했다는 보고가 있다. 북한 전문매체인 NK 지식인연대가 중국에서 북한의 핵 개발 관련 인사를 비밀리에 접촉해 북한이 이미 핵 어뢰와 핵 기뢰를 완성해 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해상에서 미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을 견제하기 위해 김정은이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보고가 사실이라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위협이 추가되는 것이다. 더구나 전술핵무기는 앞서 지적한 대로 실제 전장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전략핵무기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재연되는 남남갈등
북한은 이렇게 핵전력을 고도화시켜 가고 있지만 우리는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두고 또 갈등을 겪고 있다. 1·2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의 핵 개발 의도와 능력을 두고 심한 남남갈등을 겪었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너무나 자명한 답을 두고도 우리 사회가 둘로 나뉘어 싸우는 틈에 북한은 결국 핵무기를 손에 쥐고 말았다. 전술핵 재배치를 두고 또 싸우는 사이 북한은 전술핵까지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안도 없이 다투다가 북한이 전술핵무기까지 공개하고 위협하면 그 때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4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