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님비’ ‘핌피’… 만연한 지역이기주의

등록날짜 [ 2017-11-01 08:33:34 ]

한방병원 들어서는 것 환영하지만
부동산 가격 떨어질까 봐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는 반대

복지사회로 들어선 만큼
공공의 섬을 고려한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해


최근 서울 모 지역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논란이 일었다. 지역주민 사이 벌어진 다툼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었고, 그중 지역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반발하자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호소한 장면이 보도됐는데 많은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국민의 지탄이 뒤따른 집단 이기주의, ‘님비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님비(NIMBY) 현상은 ‘내 집 뒤뜰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라는 영어 문장의 첫 글자들에서 따온 말이다. 전문용어로는 ‘자기중심적 공공정신 결핍증상’이다. 장애인 시설, 정신병원, 쓰레기 처리장, 화장장, 교도소, 원자력 발전소 같은 공공시설의 필요성에는 근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는 데는 강력히 반대한다.
이와 반대로 ‘핌피(PIMFY)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제발 내 앞뜰에 들어서게 해 주세요(Please in my front yard)’라는 뜻이고 자기 거주지에 이익이 생기는 시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심리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한 지역주민들은 한방병원이 들어서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는 핌피 현상과 관련한다.

님비 현상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부동산)이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유독 우리나라는 님비 현상이 심한데, 어찌 보면 국민의 재산 구조가 부동산에 쏠려 부동산 시세에 높은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자기 지역에 시설물이 들어서는 것을 근거도 없이 다짜고짜 반대하면 여론만 악화시킨다. 전국 부동산 정보를 조회해 본 결과, 장애인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염려와 달리, 특수학교 인근 집값은 꾸준히 상승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한방병원이 들어설 것을 기대했는데 특수학교가 설립된다고 발표되자 주민들의 실망감이 교차하면서 다소 이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에서 더 나은 삶에 관심을 끌게 된 데에 연유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모든 님비 현상의 이유가 반드시 집값 하락 때문만은 아니다. 과학적으로 해(害)가 없다고 판명 나더라도 시설의 혐오 이미지 탓에 피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자녀 교육상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치부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일도 있다. 예컨대, 납골당이나 화장장이 주변에 있다면, 우리 아이는 시신을 나르는 운구차 같은 것을 봐서는 안 되고 예쁘고 좋은 것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왜곡된 시각의 단적인 사례다.

최근 친환경 장례문화인 ‘수목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고 있다.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 밑이나 주변에 묻는 장사 방법이다. 비교적 장사 절차가 간소해 효용성이 클 뿐 아니라, 전통적인 묘지 조성에 따른 산림 훼손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은 수목장림이 들어서는 것을 선뜻 원치 않는다. 최근 국가에서 수목장림 조성을 추진하다가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접은 일이 있다.

님비 현상을 극복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주민에게 사업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 인식을 높이고, 이들에게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지역이 상생할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등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점차 복지사회로 변모하면서 여러 공공시설물이 앞으로도 계속 들어서는 만큼, 님비 현상에 대비할 일도 더 많아졌다. 특수학교 설립 논란에서 경북 지역의 사드 배치에 이르기까지 지역의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풀어 나가려면 성숙한 시민의식과 국가(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현명한 개입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문심명 집사
국회 상임위원회 근무
25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4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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