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불안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우리나라와 처지 비슷해
북한에서 무기 수입하는 적국이 핵미사일 기술 도입할까 봐 우려
지난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어느 나라보다 놀란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대북 규탄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스라엘 내에서 제기됐다. 북한으로부터 핵미사일 위협을 직접 받지 않는 이스라엘이 이 같은 반응을 내놓은 데 대해 많은 사람이 의아해 할지 모르지만 현재 이스라엘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나라 중 하나가 북한이다.
이스라엘이 북한 핵실험에 화들짝 놀란 것은 북한이 이란이나 시리아 등 이스라엘의 적국들과 핵과 미사일 기술, 재래식 무기 등을 대량으로 거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을 없애겠다고 협박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이란 군 총사령관이 지난 8월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은 25년 안에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고 이란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 버리겠다거나 지중해로 던져 버릴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이스라엘은 이런 이란이 북한의 핵기술을 받아들여 핵무기를 완성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이란뿐 아니라 무장 단체 하마스나 헤즈볼라 등에도 각종 미사일과 대전차 로켓포, 소총 등 재래식 무기를 수출한다고 알려졌다. 이들 무장 단체는 불법으로 북한에서 사들인 무기로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에 맞서 1981년에는 이라크 핵시설을, 2007년에는 시리아 핵시설을 파괴했다. 또 2010년에는 이스라엘 모사드와 군 첩보기관이 스턱스넷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로 이란 핵시설을 고장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만 한 면적에 850여만 명이 사는 이스라엘이 3억 명이 넘는 아랍권 국가들에게 느끼는 안보불안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닮았다. 중동에 이스라엘이 있다면 동북아에는 한국이 있다. 한국은 바로 위 북한에게, 이스라엘은 바로 위 시리아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 또 주변의 강대국들 때문에 극심한 안보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1948년 같은 해에 건국한 이래 두 나라는 늘 국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며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생존을 보장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이면서 기독교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대륙에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이자 사실상 기독교 국가이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 3개월이면 북한이 ICBM을 최종 완성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에도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아랍권은 대규모 반미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는 “지옥문을 연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사적 결정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지리적·역사적으로 공통점이 거의 없이 동떨어진 두 나라가 처한 상황은 우연찮아 보인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꺼려 하며 피했던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그 지위를 회복시켰다. 평양은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 평양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통치의 중심부다. 북한 정권수립 70년을 맞는 내년에 동방의 예루살렘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시편 122:6).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5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