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3-13 17:21:27 ]
미 트럼프, 5월에 북 김정은 만나기로
비핵화 회담 후 핵실험 반복한 과거 있어
국제 제재 돌파 위한 계략인지 지켜봐야
사상 첫 미·북 정상 간 만남이 눈앞에 다가왔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추후에 정해지겠지만 5월까지 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김정은의 초청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락한 것이다. 4월 1일 독수리 훈련과 4월 중·하순 키리졸브 연습, 4월 말 남북정상회담, 5월 미·북 정상회담이 현실화되면서 북한 비핵화는 중대 분수령을 넘고 있다. 김정은은 정말로 비핵화의 길을 걸으려는 것일까?
미·북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데는 한국과 미국, 북한의 복잡한 상황이 맞물려 가능했다. 그토록 비핵화 대화는 절대로 안 한다던 김정은이 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전제로 만나자고 했을까? “제재가 위협이 안 된다”고 외쳐 댔지만 김정은은 절박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강력한 대북제재로 북한의 외한 보유고가 올 10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전망했다. 잦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만 10개가 가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37.3%나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수출액이 69.7%나 감소했다. 돈줄이 말라 달러가 고갈되면 김정은은 버틸 수 없다. 김정은으로서는 일단 살고 봐야 하는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 등 각종 스캔들로 궁지에 몰리고 있는 미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 핵 문제에서 외교적 성과가 절실하다. 과거 클린턴이나 부시, 오바마 등 전임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국내 정치적인 난관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지금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것.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 운명을 결정지을 11월 중간선거에서 꼭 이기기 위해서는 더 그렇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연임을 노릴 수도 있지만 패배하면 민주당에 주도권을 내주고 탄핵 여론이 높아질 수도 있다. 나아가 미 본토에 대한 북한 핵미사일을 제거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 역시 중간평가나 다름없는 6·13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도, 얻을 수도 있다. 사실상 현 정부의 운명이 앞으로 3개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기 위해 제재를 돌파해야 하는 북한과 운명을 건 중간선거와 지방선거를 이겨야 하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절박함이 시기적으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 비핵화가 국내 정치적 어려움을 돌파하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소재로 다뤄질 수는 없다. 이제 관건은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기야 어떻든 핵을 폐기하는 실질적 조치들이 나와 줘야 한다. 남북과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준비접촉 과정에서 북한이 어느 정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김정은은 이미 집권 이후 2012년 미 오바마 행정부와 비핵화 회담을 벌여 합의했다가 깨버린 전력이 있다. ‘2·29 합의’가 그것이다. 2월이 윤달이어서 윤달합의라고도 한다. 합의문을 보면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비핵화 이행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활동을 포함한 영변 핵활동에 대한 유예에 합의했다”고 나와 있다. 또 북한은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 유예를 검증하고 모니터하며, 5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 시설의 불능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 복귀에도 합의했다. 그러면서 합의문에는 미국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재확인한다고 돼 있다. 9·19 공동성명은 2005년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하고 단계적 비핵화, 미북 간 신뢰구축,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사용 등을 약속했다.
사실상 2·29 합의만 가지고도 이미 미북 간에는 더 합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따로 정상회담을 하지 않아도 지금이라도 실무자들끼리 만나 2·29 합의만 복원하면 북한은 비핵화의 길로 곧바로 들어선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강력한 만류를 뿌리치고 두 달도 안 되어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장거리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면서 2·29 합의를 깼다. 왜 깼을까? 애초부터 지킬 의지가 없었다. 시간 벌기용이었다는 의미다. 세습정권을 지키기 위해 반세기 넘게 수많은 인민을 굶겨 죽이고 고립을 자초하면서 3대에 걸쳐 개발해 온 핵무기를 김정은이 폐기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핵 폐기는 정권붕괴와 죽음인데 김정은이 스스로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동을 실행에 옮기리라고 정말 생각하는가?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6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