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4-10 15:56:35 ]
조직 내에서 상위 20%가 80% 몫을
감당하는 현상이 ‘파레토 법칙’
사람 많을수록 방관자 많아지기 때문
교회도 출석에만 만족하는 방관자 많아
성경은 “차든지 더웁든지 하라” 했으니
방관자적 태도 버리고 섬기고 충성해야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를 봐도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주인처럼 활동하는 그룹이 있고, 대충 일하거나 방관하면서 적당한 때 이득만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근면의 상징처럼 알려진 개미도 관찰해보면 20%만 땀 흘려 일하고 나머지는 건성건성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만 따로 모아 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2:8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는 이런 현상을 자국 경제에 적용해 통계 조사한 결과 인구 20%가 땅 80%를 소유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상위 20%가 생산하거나 성과를 독점하는 현상을 ‘파레토 법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파레토 법칙에 따르면 대체로 20%가 80%의 일을 하고 대다수는 조금만 기여한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나 지출도 소비자 20%가 80%의 몫을 감당한다고 한다. 파레토 법칙은 상위 20%가 대다수를 대신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일반법칙으로 통용된다.
그런데 파레토 법칙은 대형 교회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큰 교회에 가보면 직분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몇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고, 충성하지 않거나 예배만 참가하는 사람이 더 많다. 특히 오래된 교회일수록 방관자나 교회 출석에만 만족하는 사람이 80%까지는 아니어도 꽤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열심히 충성하고 시간과 재물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전체 조직이 무리 없이 굴러가지만 무임승차하면서 편하게 지내는 사람들 때문에 더 많은 일을 감당하지 못하기도 한다.
구원의 은혜로 모인 신앙결사체 교회에서 이해타산과 계산적 관계가 지배하는 세상과 똑같이 ‘파레토 법칙’이 관철된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다 같은 지체처럼 보이지만 80%는 1달란트를 땅에 묻어두고 아무 일도 안 한 무익한 종 같은 사람이며, 결국 천국에서 쫓겨날 사람이기 때문이다.
파레토 법칙의 심리적 근거를 설명해주는 이론이 유명한 ‘방관자 효과’다. 1968년에 미국 사회 심리학자 존 달리와 빕 라테인이 도움 실험을 해보니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이 분산돼 수수방관하는 일이 많았다.
예컨대 누군가 고립된 공간에 단둘이 있을 때 쓰러지면 상대가 즉각 도와주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이에 반비례해 점점 도움받기 힘들다. 세 사람 있을 때보다 여섯 사람, 여섯보다는 열 사람 있을 때 방관자는 그만큼 많아진다. 사람이 많아지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할 거라며 책임을 떠넘겨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큰 부담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겨울에 명동처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쓰러지면 자칫 도움받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존 달리와 빕 라테인의 실험은 대도시에서 범죄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하고 구경만 하는 냉정한 집단 심리를 잘 설명해준다. 사람들 자체가 정이 없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교회에 방관자가 많거나 대다수가 구경꾼처럼 다니는 것도 파레토 법칙이나 방관자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신앙은 보편적인 사회심리나 이기심을 초월할 힘이 있어야 한다. 구원받은 은혜에 감사해서 교회에 나오고 충성하는 것이지, 사람들 눈치나 이해관계 때문에 충성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내가 80% 방관자에 속한다면 위험하다. 성경은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더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계3:15)” 하면서 하나님의 입에서 토해내고 내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상 이치로 보면 방관자나 눈치꾼이 더 편하고 영리해 보이지만 성경은 늘 먼저 섬기고 충성하라고 가르친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7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