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미세먼지’ 정부 대책 이대론 안 된다

등록날짜 [ 2018-04-26 12:43:27 ]

올해는 여의도 윤중로에 활짝 핀 벚꽃을 찾은 인파가 유난히 줄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사람들이 외출을 삼간 데 원인이 있다. 최근 수도권에 덮친 초미세먼지는 2015년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보였다고 한다. 농도 짙은 잿빛하늘 아래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느라 사람들의 고통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세먼지(10μm 이하)는 일반 먼지나 황사 입자보다 훨씬 작고, 초미세먼지(2.5μm 이하)는 이보다 더 작다. 초미세먼지가 극히 작다 보니 기관지를 거쳐 폐포까지 깊숙히 침투할 뿐 아니라 혈액을 타고 몸속에 축적된다. 장기간 노출되면 각종 호흡기와 심장에 질환을 일으키고 몸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소리 없는 살인자’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952년 영국 런던에서 약 4000명이 스모그로 사망했는데, 대기오염이 인체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다.

국내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서 탄소화합물과 중금속은 물론, 황산염과 질산염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유해 성분 탓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으뜸인데, 암 사망자 3명 중 1명은 폐암이다. 주목할 점은, 폐암 사망률이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20명 중 1명꼴이었는데, 그후 급격히 증가한 원인이 미세먼지에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의 대기 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칠레, 터키, 폴란드에 이어 4번째로 나쁘다고 발표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심각한 수준이고, 국민 건강을 해치는 최대의 복병(伏兵)으로 떠올랐다. 인간은 물질 문명의 발달로 편리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만, 자원의 남용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미세먼지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화력발전소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산업국가인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를 분명히 유발하지만, 여러 보도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한다. 우리 수도권과 위도가 비슷한 중국의 지역들에서 나온 대기오염 물질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를 덮치면 단기간 미세먼지가 급격히 많아진다고 한다.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한 이유에는, 한반도에 바람이 없는 날, 한반도에 머문 중국발 미세먼지(최대 69%)가 국내 발생분과 합해 농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을 초래할 것이라고 염려한다. 경제 성장만 좇고 환경을 계속 등한히 한다면, 공유자원인 물·공기의 오염이 악화하고 환경파괴로 이어져 주변국가 모두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는 미세먼지를 차단할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한반도에 유입되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자기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협조에도 소극적인 듯하다. 반면, 유럽연합(EU)과 북미(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려 10여 년 전 인접국가 간 협약을 체결하고 이행 중인 상황이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중국 요인을 최소화할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 간 공동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미세먼지의 발생 지역, 원인, 경로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한 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이행 보장책으로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맺어야 한다. 아울러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 또한 병행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한편, 우리 기독교인은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를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라고 방관해서는 곤란하다. 조물주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면서 이 땅을 정복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셨다. 그런데도 피조물 인간이 공기 오염과 환경 훼손을 일으키거나 방관한다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고 은총에 배반하는 죄악이 아니겠는가. 생명의 수(壽)에 영향을 미치는 맑은 공기를 회복하는 일은 창조 세계를 보전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점을 늘 마음에 지녀야 한다.


*‘공유지(영어: Common Pool Resource)의 비극’은 ‘지하자원, 초원, 공기, 호수에 있는 고기와 같이 공동체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은 사적이익을 주장하는 시장의 기능에 맡겨 두면 이를 당세대에서 남용하여 자원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는 시장 실패의 요인이 되며 이러한 자원에 대해서는 국가의 관여가 필요하다. 아니면 이해당사자가 모여 일정한 합의를 통해 이용권을 제한하는 제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문심명 집사
국회사무처 근무
27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7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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