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중국에 ‘관세 핵폭탄’ 던진 미국… 그 속내는?

등록날짜 [ 2018-07-19 15:53:26 ]

중국의 패권 견제 위해 거대 포위망 결성 중
미국과 동맹유지 강화 어느 때보다 절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일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어치에 25%, 이어 2000억 달러어치에 관세 10%를 부과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 5000억 달러의 절반이다. 현재 거의 완전고용 수준의 낮은 실업률과 경기 호황이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하는 자신감의 배경이다. 중국도 추가보복을 예고했지만 중국의 미국산 수입품이 1350억 달러에 불과해 미국에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다른 비관세 장벽이나 희토류 수출 금지 등을 중국이 무기로 사용할지가 관심사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에 돌입한 것은 단순한 무역적자 해소 차원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막대한 무역흑자 외에도 실리콘 밸리 등에서 첨단기술을 대거 빼내 무역흑자 이상의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첨단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0월 당 대회에서 밝힌 대로 종합국력과 영향력이 세계 최고인 국가 건설을 이루기 위해서다. 군대도 세계 최고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미국을 꺾고 세계 패권을 잡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세계 패권국으로 가려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첨단기술이지만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너무 크다. 한 예로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기술을 빼내 항모전단을 꾸리고 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항공모함 함재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자체 기술을 개발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미국 기술을 빼내는 게 가장 쉽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다. 여기에 중국은 높은 비관세 장벽과 기업들에 대한 막대한 정부 보조금 등 각종 불공정 행위를 통해 기술굴기(쎘起)를 이루려 하고 있고 10대 첨단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가 그 핵심이다. 미국의 무역전쟁은 여기를 겨냥하고 있다. 기술굴기는 곧 패권으로 가는 핵심 루트이기 때문이다. 즉 무역전쟁은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본격적인 경제 분야 견제인 것이다.

미국은 무역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대(對)중국 포위망을 완성해 가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 호주, 뉴질랜드, 심지어 대만과도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태평양 사령부는 지난 5월 30일 창설 71년 만에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는 오래전부터 공군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또 전쟁을 치러 미국과 원수였던 베트남도 종전 43년 만인 올 3월 미 항모전단 입항을 허용하며 준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에 나서고 있다. 친중국 성향을 보이던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까지도 지난 2016년 미국의 군사기지를 24년 만에 다시 유치했다. 대만과 미국의 군사적 밀착은 중국에 더 충격적이다. 지난 6일 중국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지 하루 만에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2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 국무부는 대만의 사실상 미국 대사관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재대만협회 경비를 위해 해병대 파견을 요청했고 미 상원은 대만과의 상호군사훈련 참가를 내용으로 하는 2019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안보 불안에 떠는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이웃 나라들이 거의 모두 중국을 두려워하고 싫어한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이 대중국 포위망에 북한도 끌어들이려고 한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을 깍듯이 대우하며 오랜 친구처럼 대했다. 비난과 비아냥을 감수하며 김정은을 신뢰한다고도 했다. 비핵화만 하면 북한을 한국처럼 잘살게 해주고 정권도 유지하게 해 주겠다며 강력한 당근책도 제시했다. 미국이 북한을 강력하게 끌어당기자 중국 시진핑 주석이 다급해졌다. 시진핑은 3월에서 6월까지 석 달 동안 김정은을 3번이나 만났다. 김정은 집권 이후 6년 동안 원수처럼 지내며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친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시진핑과 만나며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 때와는 달라졌다. 김정은은 최근 3번째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폼페이오를 만나 주지도 않았다. 또 12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미·북 정상이 합의했던 유해송환 실무회담에 북한 측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핵화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당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직후 6개월 후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벌써 한 달 만에 미·북 정상 간 합의는 흔들리고 있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해 악재로 작용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직 대북제재를 하나도 풀지 않고 있으며 항모전단 등 전략자산들도 북한과 중국 코앞에 그대로 배치돼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세계 패권에 도전한 나라들을 쓰러뜨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유럽 패권을 쥐려던 독일, 아시아 태평양 패권을 노렸던 일본, 한때 미국과 초강대국으로 겨뤘던 구(舊)소련 모두 미국의 힘 앞에 무너졌다. 구소련은 미국을 능가한다는 핵전력을 가지고 있었어도 무너졌다. 중국과 북한이 뭉치면 미국의 힘에 맞설 수 있을까?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북한의 다음 선택이 주목된다. 여기에 더해 우리 대한민국의 선택은 무엇이 될 것인가? 미국과의 동맹 유지 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8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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