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8-20 12:00:33 ]
다음 달 남·북·미 비핵화 협상 중요한 국면
‘대화 위한 대화’ 아닌 실질적 조치 논의돼야
이번 주부터 다음 달까지가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이르면 이번 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번째 방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 그리고 중순경 남북 정상회담과 유엔총회 등 중요한 일정들이 예정돼 있다. 교착국면에 있는 미·북 간 협상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바람과는 달리, 북한은 약속했던 비핵화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 주지 않았고 지난달 6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번째 방북했지만 김정은을 만나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돌아간 다음 날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폼페이오가 “강도적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북한이 미군 유해를 송환하고 핵실험장 폐쇄와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 일부 합의사항을 이행하기도 했지만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기에는 부족했다.
김정은으로서는 정권 수립일인 9·9절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게서 체제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받아 낼 필요가 있고 미 트럼프 대통령 역시 11월 중간선거 전에 김정은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미·북 간에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진전 없이 11월 미 중간선거가 치러진다면 인내심이 다해 가고 있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군사적·공세적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소집한 각료회의에서 “북한과의 협상에 계속 진전이 있으며 머지않아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일말의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미·북 간에는 핵물질과 핵시설 등 핵능력 신고와 종전선언의 맞교환을 두고 물밑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종전선언을 강조했고 매체들을 동원에 종전선언을 선전하고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것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으로 가는 디딤돌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6·25 전쟁을 법적·제도적으로 종결하고 다음 단계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없어져 곧바로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확고한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이는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과거에도 부시 미 대통령이 2006년 11월 하노이 APEC 한미 정상회담과 2007년 시드니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종전선언을 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전례가 있다. 다시 말해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 이후에 가능하다는 의미다. 당시에도 미국은 한국 정부가 군사적 신뢰구축 등 실질적인 조치 없이 임기 말에 남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의도를 경계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방북이 성사되더라도 미·북 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한미 간에는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도 종전선언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고 최근 강경화 외무장관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남북경협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남북관계를 통한 비핵화 촉진’ 방침을 밝히고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를 반박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미 국무부가 이미 지난 13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지만 미 언론들은 일제히 우려를 제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경솔한 행동의 징후로 검토될 것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와 USA 투데이 등도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때문에 1,2차 때와는 달리 다음 달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눈앞의 성과나 대화 자체의 진전에만 집착하기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진정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우리의 안보와 국가 이익에 대한 확고한 입장 정리와 함께 다른 의견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8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