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평양 남북정상회담, 실질적 비핵화 진전 이룰까?

등록날짜 [ 2018-09-10 18:09:47 ]

김정은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주장은
미국의 남한 핵우산까지 거두라는 속내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와 의미 달라
“보여 주기 식 아닌 실질적 진전 이뤄야”


문재인 정부 들어 3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추석 연휴 직전인 오는 18일부터 2박 3일간 열린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하자 문재인 정부는 서둘러 대북 특사단을 파견했다. 김정은으로서는 미국의 강공에 궁지에 몰렸다가 남한의 특사단 방북으로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김정은은 특사단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했고 대북 특사단은 방북 보고에서 김정은의 입장을 충실하게 전달했다.

김정은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가가 지나치게 인색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핵이나 미사일 전문가의 입회를 거부하고 실시한 핵실험장 폐쇄나 미사일 발사장 해체는 의미가 거의 없음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핵실험장은 이미 용도 폐기된 상태나 다름없었고 미사일 발사 시설은 얼마든지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된 의견이다. 더구나 대북 특사단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는 이야기는 없다.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종전선언만 고집하고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특사단은 북한의 입장만 들고 왔다. 북한에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정은은 또 이번 특사단에 비핵화 시한을 제시하며 마치 비핵화에서 한 단계 더 진전된 듯 말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비핵화가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첫 임기라면 2022년 1월이다. ‘첫 임기’라는 표현으로 선심 쓰듯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당연시하는 듯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진심 트럼프의 재선을 바랄까? 또 김정은이 말한 비핵화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다. 북한은 말장난에 능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 남한에는 핵무기가 단 한 개도 없는데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만 비핵화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저절로 달성되는데 굳이 한반도 비핵화를 고집하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까지 찢어 버리겠다는 의미다. 과거 소련의 핵전력에 대해, 지금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거둬들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북한은 1990년대부터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주문처럼 외워 왔다. 북한 핵문제와 북한 체제 속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북한이 마치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비핵화로 뭉뚱그리지 말고 ‘북한 비핵화’와 김정은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는 철저하게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는 비핵화할 의지가 없음을 비핵화라는 용어를 써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3차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린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으로 갔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으로 간다. 김정일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한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김정은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으로 내려온 것이 전부다.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 지역인 통일각으로 가 김정은을 만났고 이번에는 평양으로 간다. 미·북 정상회담 때는 김정은이 체면 불구하고 중국에서 비행기를 빌려서까지 싱가포르에 갔는데 승용차로 두세 시간 정도면 내려올 수 있는 서울은 왜 오지 않는 것인가? 북한 당국이 남한 대통령들의 평양 방문을 주민들에게 어떻게 선전할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번에 대북 특사단은 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면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 다음 날인 10일부터 17일 사이가 유력하다. 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면 남북한 철도와 도로연결, 산림협력, 군사적 긴장완화 등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화해협력과 긴장완화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문제는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강력한데 남한 정부만 북한의 경제지원과 협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때맞춰 대북 사이버 제재를 발표했다. 미 법무부가 지난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혐의 등으로 북한 국적자 박진혁을 기소했고 미 하원은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가결시켰다. 그러면서도 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에 감사한다며 임기 내 비핵화를 함께 해낼 것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다졌다. 트럼프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정말 트럼프는 김정은을 믿는 것일까? 김정은을 칭찬했지만 대북 제재는 더 조밀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 지금 한국과 북한, 미국 사이에는 알고도 속아 주고 모르고 속는 고도의 두뇌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3번째 정상회담에 대한 민심은 심상치 않다. 1,2차 때와는 달리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이고 경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추석 직전에 정상회담을 열어 지지율 반등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세간에서 우려하는 보여 주기 식이 아닌 실질적 북한 비핵화로 가는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9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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