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8-09-20 10:47:53 ]
부동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의 골 깊어져
투기 막으려는 고강도 정부 대책 나왔지만
한몫 잡으려는 인간의 욕망 멈출지 미지수
욕망은 아무리 채우려 해도 만족함 없어
영혼의 때 위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
헛된 욕망이 나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대한민국이 온통 야단법석이다. 그간 정부 대책을 믿으며 묵묵히 살아온 서민은 상대적 박탈감에 울분을 토하고, 집 가진 부자들은 이 기회에 한몫 챙기려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뛰어다닌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지역은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가격 담합과 가격 띄우기 작전도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다. 민심이반에 놀란 정부가 13일 종합부동산세 인상과 대출 규제 등 집값 안정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아 향후 투기 열풍이 잦아들지 봐야 하겠지만, 참 씁쓸하다. 사람들 관심과 화제가 온통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원론적 얘기지만 집이란 거주를 위한 것이기에 실수요자의 필요와 적절한 시장가에 부합되게 공급과 매매가 이루어지고, 내 집이 아니어도 전·월세로 사는 게 가능하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부동산 불패 신화가 새로운 신앙(?)이 되고 아파트가 가장 확실한 투기 대상이 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높은 집값 때문에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열심히 일해 봐야 소용없다는 허무주의와 분노가 확대되는 것이 큰 문제다. 부동산 열풍은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고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잘 보여 준다.
욕망은 결핍과 이를 채우려는 필요 때문에 생기는 것 같지만 실은 사회가 인위적으로 욕망을 만들고 확대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지라르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면서 욕망에 눈을 뜬다. 사람들이 특정 대상을 욕망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을 모방하면서 욕망을 배우게 되고, 한정된 자원을 두고 상호 갈등과 폭력성이 커진다. 갈등이 극에 달하면 사회는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합법적 방식으로 폭력을 발산하도록 유도하며 이런 가운데 희생제의 형태로 문화가 발달한다는 게 지라르의 설명이다. 아이들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필요가 없어도 많은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유행하면 기를 쓰고 가지려고 하며 떼를 쓴다. 기업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유명인을 모델로 쓰고 일부러 특정 제품의 수량을 제한하고 가격을 높여 희소성을 부여하면서 모방적 욕망을 부추긴다.
아파트 열풍도 비슷하다. 한국 사회에서 집값 상승으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전설(?)이 부풀려지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자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로 한몫 잡지 못하면 바보가 된다는 경쟁심리가 부동산 욕망을 부추긴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인터뷰를 들으니 집값 폭등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온종일 아파트 시세만 비교하면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호가를 높이기 위해 움직이는데, 전문업자보다 그 열심이 대단하단다. 물론 지금의 부동산 열기를 단순히 모방적 욕망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투기 열풍이 강남을 벗어나 전국으로 확대되고 부동산 때문에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비판 없이 타인의 욕망을 따라 하다 보면 정작 나에게 필요한 것을 놓치게 되고 하나의 욕망이 채워지면 더 큰 욕망을 탐닉하면서 욕망의 노예가 되기 쉽다. 욕망이 사회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나를 소외시키기 쉬우며 절대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이를 추구하는 속성이 있다. 돈도, 집도, 명예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삶의 목적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육신의 때가 아닌 영혼의 때를 위해 살아야 하는 믿는 자들이 세상 재화에 눈이 멀면 재화의 종이 되어 창조주를 부인하기 마련이다. “곧 허탄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잠30:8). 과잉 물욕은 필연적으로 우리 삶을 왜곡시킨다. 욕망이 나를 지배하게 하지 말고 내가 욕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9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