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한미 간 대북정책 엇박자, 이대로 괜찮나?

등록날짜 [ 2018-10-16 17:25:55 ]

“우리의 승인 없이 그들(한국 정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지원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발언에 거친 면이 있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이렇게 강력하고 공개적인 언사는 없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24 조치를 해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발단됐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3월 31일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5월에 우리 정부가 내린 대북 독자 제재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간 교류가 중단됐고,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 가동중단 조처를 내렸다. 북한은 틈만 나면 5·24 조치 해제를 부르짖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호기로 여기고 해제를 노리고 있지만, 미 트럼프 대통령이 쐐기를 박은 것이다.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등을 규정한 5·24 조치가 유지되는 한 경협사업도 추진할 수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더 강력하다. 

  9·19 평양 선언도 문제가 됐다. 이는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최근 평양 선언의 남북한 군사 분야 합의에 격분해 전화 통화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힐난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보도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강 장관은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이를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 남북 군사분계선 상공을 비행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제한하는 내용은 한미 연합군의 대북 감시능력과 대응능력을 크게 약화시키기 때문에 우리에게 치명적인데도 당사자인 우리는 스스로 손발을 묶고 미국이 우리 안보를 더 걱정해 주는 처지가 됐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비슷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신속한 개최 분위기를 띄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 중간 선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정말로 사랑해서 성과 없는 정상회담 쇼를 벌여 중간선거를 망칠 것으로 생각했을까? 하지만 중간선거 이후에도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열릴 가능성이 낮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지금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대북 강공책을 예상한다. 지난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고 한반도 주변에는 미 전략자산과 영국과 호주, 캐나다 군사력까지 집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미국 민주당조차 군사 옵션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정책을 주문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끌려다닌다며 민주당 쪽에서 더 강력한 대북 압박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수단을 포함해 당장 더 강하게 북한을 몰아붙여도 국내 여론의 반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1년 이내 신속한 비핵화를 압박하던 모습에서 이제는 느긋한 태도를 보인다. 김정은이 9월 초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거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협상 시한과 관련해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으며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대로 김정은이 다급하게 됐다. 지난 4월 김정은은 노동당 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 전환해 경제 분야에서 획기적 성과가 필요하다. 성대하게 치렀어야 할 올해 70년째인 9월 9일 정권 수립일과 10월 10일 노동당 창당일까지 초라하게 보냈다.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허용 등을 미끼로 던졌지만 북한의 노림수는 훤히 읽힌다. 1차 미·북 정상회담과 문재인 정부의 지원으로 눈앞에 다가온 듯한 종전선언은 잡힐 듯 안 잡히고 있다. 제재가 길어질수록 손해가 커지는 쪽은 북한이다. 폼페이오 방북 때 김정은은 제재가 효과 없음을 과시하려는 듯 신형 롤스로이스를 타고 왔지만, 대북 제재에 구멍을 내는 정도로는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을 김정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에 더 큰 불안감을 안겨 주는 것은 바로 미·중 무역전쟁이다. 트럼프의 주 공격대상은 북한이 아닌 중국이다. 트럼프는 틈만 나면 북한의 배후에 중국이 있음을 경고해 왔다. 과거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벼랑끝 전술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도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의 암묵적 동의와 기술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중국이 무너지면 북한은 기댈 곳이 없다. 미국의 과거 대통령들은 중국을 놔둔 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까지 손을 보고 있다. 시진핑이 먼저 싸움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회로 끝을 보려 하고 있다. 그러면 북한 핵 문제도 끝을 볼 수 있을까?

강력한 한·미·일 공조냐? 북·중·러 삼각 고리에 끼느냐? 대한민국의 운명도 갈림길에 서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9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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