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아론과 훌] 한국 교회와 ‘젠트리피케이션’

등록날짜 [ 2018-11-03 11:23:56 ]

낙후됐던 동네가 재건축·재개발 되면
임대료 오르고 원주민 내몰리는 현상 발생

상가임대 교회들 임대료 크게 올려도
교회는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되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보호 못 받아

교회는 ‘가격’으로 설명 안 되는 ‘가치’
법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 시급해


최근 낙후한 동네가 상업화하면서 주택과 상가건물의 임대료와 가격이 상승해 세입자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둥지내몰림)’이 첨예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말로서,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 1964)가 명명한 개념이다. 주로 주거지역에서 원 거주자인 노동자 계층이 중산계층에 의해 쫓겨나고, 주거지역이 고급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업·문화·예술 그리고 관광 등 사회 전반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계층 간 갈등 양상도 심화하면서 대중적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 미자립교회 비율이 70~80%인 점을 고려하면 상가임대 교회도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가임대 교회가 있는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인상하고, 건물주들이 무리하게 임대료를 인상한다면, 목회자와 교인들은 쫓겨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 방지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종교시설과 같은 비영리법인은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한다. 만약 이 법의 보호를 받고 싶다면 영업용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는데, 영혼 구원을 목적으로 삼는 교회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비단 상가임대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개발·재건축 지정 구역 내 종교용지에 세워진 교회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교회는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돼 일반사업자보다 감정평가 단계에서 낮은 평가를 받게 되고, 재분양 시 감당해야 할 부담금이 더 늘어나게 된다.
또 상·하수도와 전기시설 등 기반시설 비용이 택지공급 금액에 반영되어 부담금은 보상가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교회는 자연스레 사역의 터전을 잃고 새로운 사역지를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재개발 이후 원주민 정착률이 10% 내외인 점을 고려할 때 기존 성도들이 떠밀려나고 그 지역 교회공동체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교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발표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섬김 보고서(2010)’에 따르면, 기독교의 사회복지사업 관련 법인 비율(52.15%), 노숙인 복지시설(62.8%) 및 지역 아동센터(53.13%) 운영 등 각종 수치에서 타 종교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발표한 기독교인의 누적 장기기증 희망자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된 총 희망자 58만 6407명의 62%를 차지한다. 그 외에도 자원 봉사자의 규모 역시 타 단체를 능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지역 교회가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느끼는가’라는 설문 조사에서, 불신자의 17.2%만이 ‘지역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고 응답하였다.
그렇다면 왜 한국 교회는 지역사회에게 외면당하고, 심지어 쫓겨나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자면 ‘아직은 합의된 해결방법이 없다’다. 많은 연구자, 정치인이 여러 가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도시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시설에 대해서는 법 제도적 보호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예컨대 비영리법인에 해당하는 상가임대 교회라 할지라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임대료 인상률 상한, 그리고 합리적 퇴거보상 제도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또 재개발 구역 내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영리를 추구하는 소유자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적용해 정비예정구역 내 대체용지 마련이나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여타 젠트리피케이션과는 달리 교회의 젠트리피케이션은 ‘가격(price)’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가치(value)’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교회시설은 오랫동안 신앙의 본거지 역할을 수행하며 주민들의 삶과 지역공동체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복음의 가치로 목회자와 성도들이 뭉쳐 교회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한다면 그보다 확실한 보호장치는 없을 것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597호> 기사입니다.


양욱재
서울대 도시계획 석사
대학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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