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묻지 마 살인’ 앞에 우리 모두가 죄인

등록날짜 [ 2018-11-14 13:56:27 ]

PC방 살인사건 보면서 사람들 경악과 분노
성경은 ‘말세에 세태·도덕성 악해진다’ 예언
 
범죄자에 모든 책임 돌리기보다 범죄 일으키는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점 냉정히 되돌아봐야
 
이른바 ‘루시퍼 효과’ 싹 자르기 위해서라도
사람들 악하게 만드는 세태와 맞서 싸워야
 
얼마 전 서울 강서구의 한 피시방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심층 보도를 보니 이 사람은 피시방 아르바이트생과 시비가 붙자 집에서 칼을 가져와 무려 30군데 넘게 얼굴을 찔러 죽였다. 우발적 시비가 종종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 정도 행동은 보통 사람의 성정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잔혹 행위다. 범인이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심신미약을 이유로 관대한 처분이 내려질까 봐 청와대 게시판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서가 올라갔고, 참여 인원이 110만이 넘은 상태다. 또 경남 거제에서는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20대 청년이 이유 없이 무차별 폭행해 살인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술에 취해 집으로 가다 범행을 저질렀으며, “만취 상태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묻지 마 범죄다.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강력범죄와 살인, 폭행 사건이 자주 보도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술에 만취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정신질환이나 우울증을 구실로 선처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신장애나 술이 범죄의 구실이 되거나 감형 사유가 돼서는 안 된다. 죗값을 마땅히 치러야 하고, 사회 안전을 위한 치안 강화 등에도 힘써야 한다. 하지만 행위 당사자에게 너무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 자칫 범죄를 낳은 사회 원인을 등한시하거나 정신장애에 잘못된 선입견을 품을 수도 있다. 어떤 사회나 시대이건 강력범죄는 늘 있으며, 통계적으로 보면 최근 인구가 줄어들면서 범죄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요즈음 문제는 일부 강력범죄가 너무 잔인하고 범죄 동기가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많아 충격과 공포가 더 큰 것이다. 누구나 범죄의 잠정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보다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범죄를 일으키게 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냉정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유명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싱싱한 사과라 하더라도 더러운 상자에 넣어 두면 썩을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이른바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루시퍼는 무엇인가? 언젠가부터 ‘혐오’ 담론이 기승을 부리면서 미움과 증오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정당화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확산하면서 돈이 최고이며, 돈을 위해 사람을 착취하거나 도구처럼 다뤄도 된다는 비뚤어진 가치관도 대세가 되고 있다. 약자에게 위세와 행패를 부리는 ‘갑질’ 세태, 공적 가치와 사회적 상식을 조롱하고 거짓말하고도 태연한 비양심적 사회 분위기가 윤리 의식을 실종시킨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을 식게 하고 증오를 뿌리며 잔혹 범죄를 양산한 환경이다. 

종기(腫氣)가 있는데 썩은 뿌리를 도려내지 않고 떼어내기만 하면 그곳에서 또 다른 종기가 생기고 더 고약해지는 게 의학 상식이다. 성경은 말세에 세태와 도덕성이 악해지리라는 것을 정확히 예언하고 있다.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리니,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긍하며 교만하며 훼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치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참소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 아니하며”(딤후3:1~3). 근신하고 깨어 기도하는 가운데 사단의 궤계를 바로 보아야 한다. 세태가 더 악해지겠지만 이럴수록 루시퍼의 싹을 자르기 위해 싸워야 한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98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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