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없는 진짜 이유

등록날짜 [ 2019-01-22 03:21:55 ]

북한은 핵무기로 더 위협적이 됐고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하면서
주한미군 역할은 더 강조되는 상황


지난해 12월 30일 미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을 반대한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임하자 최근 국내외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국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리아 철군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성과에 급급해 북한에 주한미군 철수까지 약속할 수 있다고 걱정하며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비난성 논평을 쏟아냈다. 또 청년 장교 시절 주한 미 2사단에 근무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매티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를 목숨 걸고 막았다든지,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터키군이 시리아를 침공했다든지 등등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뉴스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매티스가 주한 미 2사단에 근무한 적이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을 실제로 빼려고 한 적도 없었던 데다 매티스가 목숨 걸고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한 일도 없었다고 국제정치 전문가 이춘근 박사는 밝혔다. 또 국내 일부 방송의 보도와는 달리 당시 터키군이 시리아를 침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 가짜 뉴스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무엇이 진실인가? 최근의 이런 혼란을 이해하려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국내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알아야 한다고 이춘근 박사는 말한다. 구소련을 이은 러시아가 여전히 주적(主敵)이라는 중동 중심의 기득권 세력과 중국이 주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 충돌이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구소련과 냉전을 통해 형성된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러시아를 주적으로 삼아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러시아가 주적일 수 없으며 지금은 미국의 패권에 정면 도전하고 있는 중국이 주적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을 주적으로 여기면 외교정책이 아시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러시아와 중동 중심의 기득권 세력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격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낀 기성 권력층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미치광이 수준으로 몰아붙이며 탄핵까지 시키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기득권 세력은 그 뿌리가 깊고 광범위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2명의 대통령을 번갈아 내며 기득권 세력은 민주당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확장해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까지도 이번에는 시리아 철군을 반대할 만큼 기득권 세력은 공화당 내에서도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자기 사람들을 많이 당선시킨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미국의 기득권 세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주한 미군 철군과 연계시켜 비난했고 한국의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이춘근 박사는 시리아의 미군은 단순 전투 병력으로 주일미군이나 주독미군과 같은 주둔군인 주한미군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시리아 미군 철수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허물려고 한다는 것은 기득권 세력의 근거 없는 비난이며 트럼프는 동맹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동맹으로서 철저한 의무 이행과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나토나 한미 동맹, 미·일 동맹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갈등, 전작권 전환,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한미군 철수 혹은 급격한 감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60여 년 전 한미동맹이 시작되기 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로 미군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한 때가 있었다. 6·25 전쟁 전이다. 1949년 6월 미군은 소련과 북한의 줄기찬 철군 요구에 부담을 느껴 군사고문단 500명만 남기고 한반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당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미국은 1950년 1월 애치슨 라인을 발표해 한국과 대만을 방어선에서 제외했고 다섯 달 만에 김일성은 대한민국을 침공했다. 한국이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 단 한 번의 역사적 사례다. 이후 1960년대 아시아의 방어는 아시아인에 맡겨야 한다는 닉슨독트린, 또 1970년대 주한 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카터 대통령의 당선으로 주한미군 감축이 추진됐지만 중단됐다. 북한의 위협 때문이었다. 냉전 종식과 한국의 국제적 위상 재고, 동북아 정세 변화 등으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도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로 더 위협적이 됐고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하면서 일부의 거듭되는 철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역할은 역설적으로 더 강조되는 상황이다.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중국이 건재한 한, 또 미국이 세계 패권국 지위를 상실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떠날 가능성은 작다. 평택이 세계 최대의 미군기지로 건설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09호> 기사입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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